러 "민간인 대피 위해 아조우스탈 휴전"...우크라 "합의한 적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민간인 대피를 위해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한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러한 내용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2시(모스크바 시각·한국시간 오후 8시)부터 러시아군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군은 노동자와 여성, 어린이가 안전하게 아조우 제철소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피란처는 민간인들이 선택한 곳으로 갈 수 있다”며, 이번 휴전이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와 합의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인도주의 통로는 양국 간 합의가 있어야만 열릴 수 있다”며 “러시아의 발표는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크라 당국은 이 곳에서 여전히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적군은 아조우스탈 공장 지역에서 항공기와 대포 등을 동원해 우리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탱크와 공격 부대가 러시아의 지휘부의 명령을 어기고 전진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민간인과 부상한 군인을 대피시키는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을 위해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아 유엔에게 보증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현재 러시아군과 친러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는 마리우폴을 사실상 장악했다. 11㎢(약 330만 평) 면적의 아조우스탈에는 우크라이나 군인 2000명과 함께 약 1000명의 민간인이 지하터널에 대피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최후 공격은 잠시 멈추고 파리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가게 아조우스탈을 완전 봉쇄하라"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명령했다.

전쟁 전 인구가 45만 명이던 마리우폴은 침공 직후 10만명 이상이 시를 빠져나와 피란했으며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인 지난달 1일부터 마리우폴 시가지에 대한 무차별 포격을 자행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잇는 지역으로 이곳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상징적인'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