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전략회의…'재정준칙' 시행령→법 규정
"재정적자 –3.0% 이내·국가채무 50%대 중반 관리"
'209조원 국정과제' 지출조정·세입확충으로 조달
公기관 '불요불급 자산' 매각해 취약계층 등 지원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요 내용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숙영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나주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 김영중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김성수 과기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급격히 증가하는 나랏빚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한다. 나랏빚 한도가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해 놓겠다는 것인데, 이 기준을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못 박아 구속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해당 연도 재정 상태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를 건정재정의 평가 잣대로 쓴다.
정부는 7일 국무위원·여당 주요인사·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재정준칙 개정안을 포함한 '새정부 재정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를 9월 초에 발표될 '2023년 예산안과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재정운용방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재정준칙 법제화 재추진이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60%, 통합재정수지는 –3%를 넘지 않는' 기준의 재정준칙 도입안을 시행령으로 정한 바 있다. 이때 기준선을 일정 부분 넘나들 수 있도록 산식을 만들었다. 산식은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돼도록 한다는 내용인데, 하나의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를 하회하면 충족이 가능하도록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했다.
◆…(기존 재정준칙안과 새정부안 비교,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2020년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의 문제점을 개선·반영해서 보다 단순하고 엄격한 재정준칙으로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복잡한 곱셈식 방식이 아닌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이해하기 쉬운 수지·채무준칙 기준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이에 재정기준을 충족하는 요건을 '관리재정수지 –3% 이내'로 정했다. 국가채무가 60%를 초과했을 땐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축소하는 구조다. 법적근거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한다. 정부는 국가재정법 개정 이후 이런 준칙을 곧바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재정수지를 말한다. 사회보장성기금은 정부의 미래 지출까지 포함된 돈이기에 재정 여력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뺀 관리수지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평가지표로 여겨진다. 구체적인 재정준칙안은 공청회를 거쳐 9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재정 기조는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바뀐다.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국가채무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1075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부채비율은 52.0%(2020년)로, 비기축통화국 평균(54.0%)에 임박한 점도 재정 기조 전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에 올해 GDP 대비 5-%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 이전 수준인 3.0% 이내로 대폭 줄이고,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50.1%다.
◆…지난 5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 자료를 살피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국정과제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 예산안·2022~2026년 중기 투자계획(9월초 국회 제출)에 국정과제 재정 소요를 반영하기로 했다. 국정과제에 쓰이는 돈은 209조원에 달하는데, 이러한 재원은 강력한 지출효율화 및 세입확충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출구조조정만 떼어내서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유사·중복, 관행적으로 지속된 민간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민간 보조사업 점검결과에 따른 사업 축소·폐지 대상 사업을 중심으로 내년 예산안에서 지출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또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엄격하게 공무원 정원·보수 관리를 추진한다.
교육교부금도 교육환경 변화(학생수 감소 등)를 고려해서 손질한다. 정부는 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등을 활용해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칭)'을 신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데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자산(컨벤션 시설·홍보관, 유휴부지 등 기관 고유 기능과 연관성 낮은 자산,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용 자산)을 매각한다. 자산을 팔아 마련된 재원은 공공기관 투자·취약계층 지원에 쓰인다. 민간투자사업 대상시설을 현 도로·철도 중심에서 교통·생활인프라 확충, 노후시설 개량 등으로 다양화한다.
정부는 구조적 문제해결(탄소중립, 세계 최고령 국가 진입,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100% 육박 등),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목표로 한 '재정비전 2050' 수립하기로 했다. 또 국가 간 첨단기술 경쟁심화, 인구감소 등 앞으로 10년이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인 과제들도 중점 발굴하기로 했다. 인구변화를 고려한 재정지원 체계 개편, 기업지원 정책전환 등이 대표적 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