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가난해지는 일본…'중고 아이폰' 찾는 사람 늘어나

엔화 가치에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일본인이 최신 아이폰보단 중고 아이폰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22% 하락하는 등 3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일본인이 소비를 줄이기 위해 중고 거래를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애플은 일본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이는 일본 엔화 약세를 반영한 조치이다. 아이폰14는 미국에서 799달러로 전 세대와 가격이 같지만, 일본에선 20% 상승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한 회사원인 나가세 카오루는 아이폰14를 원했으나 가격이 11만9800엔(약 814달러, 113만원)에 달해 살 수가 없었다. 대신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중고 아이폰 SE2를 아이폰14의 30% 가격에 샀다.

그는 "아이폰14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다"며 "아이폰SE가 가격과 성능 면에서 훌륭하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3분기 일본 매출이 감소했으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선 늘었다고 밝혔다.

애플의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일본 매출이 9% 감소했다"면서도 "강달러 영향으로 일부 국가에서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도 여전히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MM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중고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회계연도 기준 사상 최대인 210만대로 15% 가까이 성장했으며 2026년엔 3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 애플은 한국과 중국 등 다른 국가보다 다소 가격을 낮춰 팔아 왔다.

MM연구소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일본에서 판매되는 아이폰14의 가격이 37개국 가운데 가장 싸다고 밝혔다.

다만 엔화 약세가 더욱 거세지면 애플이 가격을 다시 올릴 수 있어, 애플의 일본 스마트폰 점유율 50%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장 대비 0.13% 오른 146.780엔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