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경호처의 군·경 직접 지휘권, 전례없이 무모…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원인"
이수진 "차지철 경호실장 부활? 정권 위기, 군·경의 엄호로 버텨보겠다는 건가"
전용기 "경찰, 시행령 개정안,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배치…경찰 지휘체계 등 혼선 우려"
"국방부, 경호처장에 국군조직법상 국군 지휘·감독 권한 없다는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대통령경호처가 경호업무를 하는 군과 경찰을 지휘할 수 있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초유의 반헌법적 시도"라며 "시행령으로 법률은 물론이고 헌법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무부 인사 정보 관리단 신설, 경찰국 신설, 검찰 수사권 확대에 이어 네 번째 시행령 쿠데타"라며 "경호처의 군·경 직접 지휘권은 1963년 대통령 경호법 제정 이래 군사독재 시절을 포함하여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시행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참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이 시행령 개정은 헌법 제82조 대통령 국법상 행위에 대한 문서주의 위반, 대통령 경호법 제3조와 15조에 따른 경호처장 지휘·감독과 협조요청 근거 위반, 대통령경호안전대책위원회규정 제4조 2항과 11호와 16호에 명시된 지휘규정도 위반하는 '엉터리 그 자체 시행령'"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이 시행령 개정 추진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종전 청와대 체제에서는 경호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경호업무가 확대됐다"며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국가 전체가 막대한 인적·물적·재정까지 쏟아 부으며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호처는 당장 명분도, 근거도 없는 엉터리 시행령을 철회하고,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청와대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면서 "박정희 정권 시절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활인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원내대변인은 "군과 경찰조차도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나"며 "관계 기관과의 협의는 없는 일방적인 지침 하달인가. 혹여 정권의 위기를 군·경의 엄호로 버텨보겠다는 심산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 건물로 옮긴 것이 이 사태의 촉발이다. 하지만 상황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요구는 외면하고, 군사정권을 닮아가는 윤석열 정부"라며 "대통령은 군·경이 아닌, 시민 가운데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반헌법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때도 넘지 못한 선을 윤석열 정권이 넘으려 한다. 법률 개정도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경호처장이 군과 경찰의 지휘권을 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의 목을 죄고 경찰을 손에 넣고 주무르려는 시도에 이어 군까지 장악해 독재정권으로의 경로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라며 "경호처로 힘을 집중시켜 경호처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는 모습은 '최고존엄'을 경호하는 친위대를 연상케 한다. 나치독일의 슈츠슈타펠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군 모두 대통령실 경호처의 '지휘·감독권' 추진은 헌법과 관계법률에 위배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먼저 경찰청 입장은 대통령실 경호처의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며 "헌법 제96조에 보면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나와 있고, 정부조직법 제2조1항에도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에는 없었던 '경호처의 군경 지휘·감독권'을 추가했고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것이 경찰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경호처장이 군경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호처가 자신들을 대등한 기관이 아닌 지휘계통에 속하는 하급기관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반대했다"며 "지금의 동등한 '협조'관계가 시행령 처리 후엔 '지시'하는 상하관계로 바뀐다는 것이다. 경호처 지휘를 받을 경우 경찰이 대통령실 경비 업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휘체계 등에 혼선이 생길 우려도 크다고 설명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더해 "국방부도 '국군조직법상 국군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은 대통령, 국방부장관, 합동참모의장, 각 군 참모총장 및 그 권한을 위임받은 소속부서의 장에게 있다'며, 경호처장은 국군조직법상 국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못 박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랜 군사정권 동안 국민들이 지겹게 경험했던 나쁜 선례를 왜 다시 반복하려 하냐"며 "시행령 추진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군사정권 시대의 막강한 경호처로 회귀하려는 욕심을 당장 거둬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9일 경호 구역에서 경호업무를 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경호처장이 갖도록 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경호처는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호인력에 대한 직접 지휘권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