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우크라서 반인도범죄"...러 "우리 악마화하려는 주장"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반인도 범죄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악마화'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이 러시아의 ‘반인도적 범죄’를 지적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전날 커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 결론을 내렸다"면서 중국에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군에 강간당했다는 우크라이나의 4세 소녀, 산부인과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임신부, 우크라이나 부차 주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 의혹 등을 거론하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법조인 경력을 강조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사실이 법에 저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알고 있다”며 “러시아의 이런 행위에 대해 증거를 검토했고 이런 행위가 반인도적 범죄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인도 범죄는 대량학살, 강간, 고문, 살인, 강제이주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을 가하는 행위로, 책임자들은 상설 전쟁범죄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

안토노프 대사는 "러시아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의) 그런 발언은 냉소적인 면에서 전례가 없다"며 "러시아를 악마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기존의 무력 충돌뿐 아니라 정치적 수단까지 함께 활용한 전쟁 방식을 뜻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겠다고 했던 미국이 최근 기갑차량, 포병무기, 장거리 다연장 로켓포 등 대형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미국이 전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자국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반인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은 지난해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러시아 정부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