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러 뉴스타트 조약에 러시아 참여를 중단하는 법안 초안이 하원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원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문제 및 국방 위원회에 제출한 해당 법안을 내일(22일) 본회의에서 검토하고 즉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그 후 즉시 연방평의회(상원)로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상원의원은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 통신에 "내일 외교위원회와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면서 "이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고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는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전 후 첫 의회 합동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발표했다.
그는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 외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자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별도의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뉴스타트 합의에 따른 핵무기 (제한) 상한선을 존중할 것"이라며 "참여 중단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책임 있는 접근법을 고수할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계획과 관련해선 미국에 계속 통보하겠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참여 재개는 "양측(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대칭적이고 평등하며 철저하게 이행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무부는 "참여 중단 조치는 미국이 핵심 조항을 오랫동안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미사일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이고 핵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1년 한 차례 연장(5년)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후속 조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핵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년 3월에 중단됐으며, 러시아는 작년 11월 사찰 재개를 위한 미국과의 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