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損 32조6천억대 기록... 2021년보다 5.6배 급증
LNG 등 원자재 수입 비용 35조원 이상 ↑... 전기요금 인상 수익, 8조원 불과
尹대통령의 '난방비 요금 인상 폭·시기 조절 지시'로 정부·한전 속앓이
전문가 "올해 전기요금 인상 못하면, 내년엔 총선 등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
◆…한국전력인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1년 전보다 무려 5.6배 늘어난 사상 최악 규모다. 전기요금 인상이 제때 되지 않아 적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한전은 지난해 적자 규모 축소를 위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 바 있지만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24일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32조6천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의 5조8천465억원보다 무려 5.6배나 급증한 것이다.
분기별로도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10조7천670억원에 달해,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7조7천869억원)을 3조원 가량 초과했다.
지난해 한전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 등으로 2021년(60조6천736억원) 대비 10조5천983억원(17.5%) 증가한 71조2천7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기판매수익은 직전년도(2021년) 대비 2.7% 증가한 66조1천990억원(전체 매출액의 93%)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196.7원으로 2021년(94.3원)보다 2배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핵심 원자재인 LNG 가격은 t(톤)당 734.8원에서 1천564.8원으로, 유연탄은 t당 139.1달러에서 359.0달러로 역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한전은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른 비(非)핵심자산 매각, 사업 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 향후 5년간 20조원(본사 및 계열사 포함)의 재무 개선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전은 2026년 누적 적자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51.6원) 중 약 25%(13.1원·전체 평균 기준) 수준을 1분기에 인상했다. 따라서 이후 2분기부터 분기별로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인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LNG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은 크게 증가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JTBC 뉴스룸 캡처］
문제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나 ‘세금으로 충당’ 등 모두 국민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한전의 적자를 방치하면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JTBC는 한전이 올해 한전채를 2조원 가량 발행해 당장 부족 자금 해소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근원적 대안 없이 빚을 늘리면 부실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적자 규모 축소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선 매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장 올해 적자를 면하려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관련 요금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지시함에 따라 정부나 한전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올해 목표로 한 요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엔 총선으로 인해 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가는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극단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대체 에너지 확충 등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고통만 커져가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