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교수 "행동주의 펀드.. 극단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건 아냐"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실현'"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관심이 되는 국내 기업은 소수"
◆…서울 용산구 하이브.(사진 = 연합뉴스)
일정한 지분을 확보해 주요 주주가 된 후 기업이 주식 가치를 끌어 올리도록 경영에 적극 개입, 수익을 올리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28일 방영된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자본시장 흔드는 행동주의 펀드..파수꾼? 하이에나?'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선입견들이 일정 부분 사실이긴하지만, 또 행동주의 펀드가 무조건적으로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한 싸움만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투자한 이후 영향을 미친 방식을 통계로 분류한 것을 보면, 경영 비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약 47%로 가장 높고, 이사회의 일원이 되거나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이 약 38%, 그리고 경영진들이 가져가는 보상 체계 개편이 그 다음으로 높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요구, 배당과 같은 자본 할당 이슈 제기, 회사 경영 방향에 대한 주주 제안 등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단순히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가치를 극단적으로 올리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들도 자본금만 잠식해서 먹고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엘리엇을 보면, 행동주의 펀드 쪽에서 20년 이상 활동하다 보니 자신들의 레코드 기록이 중요해졌다. 엘리엇이 '기업 단물 다 빼먹고 회사 거덜나더라'와 같은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엘리엇이 들어온다는 소식만 들려도 자본이 빠져버리니 엘리엇이 수익을 얻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은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실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행동주의 펀드가 인도의 아나니 그룹에 대해 주가 조작이나 회계 부정과 같은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봤던 사례도 있다"며 "과거 참여연대와 같이 말 그대로 건전한 금융시장 목적을 위해 주총가서 기업에 행동을 요구했던 단체와 달리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관심이 되는 국내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엘리엇이나 아이칸과 같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관심가질만한 기업들이 극소수"라며 "최근 이슈되는 SM이나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중견회사들은 수익이 적어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자산운용사들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하거나 경영권에 참여하려 하고 있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박 교수는 "SM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 카카오와 함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도 분쟁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하루 아침에 돈을 뺄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