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교수 "반도체, 미·중·일과 밸류체인으로 엮여 어디든 포기할 순 없는 상황"
"미국과 외교·안보적으로 연결돼 보조금 거절 어려워"
"미국에 기준 충족 위한 시간적 여유 요구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 서명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미국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반도체지원법'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준비할 시간이라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들은 비용의 10% 안팎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급 기준을 맞추려면 기업 정보 공개·시설 접근권 등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포함되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적으로도 얽혀있어, 반도체 보조금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의 설계역량이 미국에 있고 장비나 소재는 일본이 최강자이기 때문에 분산된 밸류체인상 미국으로부터 공급이 차단되면 반도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보조금을 안 받을 수 없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미국과의 외교·안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 논리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인데, 그중 40%가 중국으로 간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시안 공장에서 D램 생산의 40%가 이루어지고 있고, 삼성전자는 우시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과거 반도체 최강국이었던 일본이 1986년 미국과 말도 안 되는 불공정 협정을 맺으면서 몰락했던 것과 동일하다. 중국의 생산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의사결정을 단행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외교적인 능력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지금 양회 기간인데, 회의에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망산업인 반도체나 전기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입장이나 노선을 정하라고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도 강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선택을 안 하면 요소수 사태와 같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소재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교수는 미국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반도체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5대 주력 수출 품목들 가운데 반도체 없이 되는 것이 거의 없다"며, "반도체를 놓치면 모든 것을 다 놓칠 수밖에 없다"고도 제언했다.
이어 "반도체 없이는 돌아가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우리나라만의 특이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