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매입 주총안건 상정"...법원, 행동주의펀드 손 들어줬다

밸류파트너스, 배당증액과 자사주매입 주주제안

주주연대,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12건 주주제안

法 "주주제안서 내 잔고증명서로 위임의사 확인 가능"

행동주의펀드가 상장사를 상대로 자사주 매입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펀드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전날 KISCO홀딩스를 상대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심혜섭 외 2인(KISCO홀딩스 주주연대 회원들)이 각기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 2건을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초 배당증액과 자사주 매입 등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회사에 송부했다. 이와 별개로 KISCO홀딩스 주주연대는 심혜섭 외 35명을 제안자로 해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정관변경의 건 등 12건의 주주제안서를 회사에 송부했다.

KISCO홀딩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두 주주제안 모두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밸류파트너스와 주주연대는 이달 3일 의안상정가처분을 제기했다.

KISCO홀딩스는 두 주주제안서에 위임장이 첨부되지 않은 것을 거부 사유로 들었지만 법원은 상법상 대리인에 의한 주주제안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주주제안서에 첨부된 잔고증명서로 위임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기업에 여러 주체가 각기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회사가 주주제안을 모두 배척한 것도, 의안상정가처분을 통해 주주제안이 모두 인용되는 사례도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ISCO홀딩스는 전날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변경해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 밸류파트너스와 심 변호사가 제안한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주총 안내를 재공시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개별 주주의 의결권이 3%까지 제한되므로 일반주주 측 주주제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KISCO홀딩스 주주연대는 "회사 측이 주주제안을 모두 상정하지 않는 행위를 보고 주주들이 더욱 분노해 결집한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위임장 대결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