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지급결제 허용해 은행-증권사 경쟁 촉진" vs "금산분리 원칙 훼손"

금투협 "원스톱 IB 서비스 제공에 필수...기업환전, 외화송금도 필요"

"증권계좌로 월급 받고 편의서비스 이용 가능"

전문가들 "급격한 머니무브로 은행 리스크 증대 우려"

"대기업 계열사가 은행업 영위하는 셈...금산원리 원칙 훼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 은행-증권사간 직접적인 경쟁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다수 참석자들은 효율성과 안정성간 상충관계를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협회는 지난 29일 오후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기업이 증권사를 통한 종합 기업금융(IB)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법인지급결제 서비스 허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TF에는 금융위, 금감원, 한은, 민간전문가, 금융권,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는 기업 성장단계별 자금지원 등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하면서 기업과의 장기적인 '관계투자'가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들 기업에 기업활동 중 필요한 영업대금과 경영자금 입출금, 여유자금 운용 등 원스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인지급결제 허용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여기에 기업환전, 외화송금 등 외환서비스가 더해지면 더욱 효과적인 기업금융 수단이 될 것으로 봤다.

협회는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편의성도 개선할 것"이라며 "은행-증권사간 직접적인 경쟁을 촉진시켜 기업 성장·경쟁력 강화 지원과 국민의 금융서비스 편익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국민 4명 중 1명이 보유한 증권계좌의 활용성이 대폭 증대되고 수시입출금식 CMA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증권종합계좌로 임직원 급여 등을 지급할 수 있게 되는 등 종합금융서비스 활용성을 높이면 국민들은 증권계좌를 급여통장 등 주거래계좌로 활용 가능해진다.

정부·공공기관, 보험, 통신사 등이 증권종합계좌로 불특정다수 고객자금 수납을 위한 '가상계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민들은 증권계좌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홈쇼핑·인터넷쇼핑 기업이 물품거래대금 수령계좌로 활용할 경우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금융서비스 편의가 확대되는 것이다.

협회는 "증권사는 14년간 개인지급결제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지속적으로 결제안정성을 보완해왔다"며 법인지급결제 도입을 촉구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투자자예탁금을 은행 가상계좌로 입출금해야 했지만 개인지급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증권계좌에서 직접 입출금할 수 있게 됐다.

또 연계은행에서 책정하는 이체수수료와 CD/ATM 수수료를 부과하던 방식을 벗어나 증권사가 자체적 수수료를 적용하고 결제비용이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은 거의 무료로 이체·입출금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지급결제 서비스 이후 증권사의 자금관리·운용 효율성도 강화됐다. 은행에 있는 증권사의 당좌계좌에 예상이체규모 만큼의 자금을 유지하느라 '노는 돈'이 발생했던 불편이 줄었다. 은행연계망이 아닌 소액결제망에 직접 참가하면서 지급결제수수료도 크게 감소했다.
 

"효율성-안정성 상충관계 감안할 필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문제는 효율성과 안정성간 상충관계를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의 편익과 지급결제 리스크 등을 단순히 비교형량해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기능-동일리스크-동일 규제의 관점에서 지급결제 리스크 관리 등 필수적인 금융안정 수준을 전제로, 충분한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살펴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대해 효율성과 안정성간 상충관계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참석자 A는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이 발생해 비은행권으로 급격한 머니무브가 발생하는 등 은행의 예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은행이 높은 예금금리 제공을 위해 자산운용 과정에서 더 높은 리스크를 부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 B는 "비은행권이 지급결제시스템 참가를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현재 지급결제 구조에서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실제로 뚜렷한 소비자 편익 증대가 발생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참석자 C는 "대기업 계열 내 증권사가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업을 영위하는 것"이라며 "이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 D는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분리할 수 있다"며 "은행을 통해 지급결제망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