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에 "美 반도체 규제 동참 말라..역지사지 필요"

중국이 일본에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친 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하야시 요시마 일본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규제는 중국의 자립 의지를 강화할 뿐이라고 밝혔다.

친 외교부장은 "과거 미국은 일본 반도체 산업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는데, 지금 중국에 같은 조처를 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달 31일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을 개정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23개 품목을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중국이나 다른 특정 국가나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다만 23개 품목은 우호국으로 지정된 42개국을 제외하고는 개별 허가가 필요해 사실상 수출이 어려워진다.

23개 품목은 극자외선 노광용 제조 장비, 메모리 소자를 입체적으로 적층하는 식각 장비와 관련된 제품이다. 이 장비는 회로 폭이 10~14나노미터 이하인 첨단 고성능 로직칩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개정안은 오는 5월에 공식발표되고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는 14~16나노미터 이하의 로직칩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는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였으며 미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지난 31일 닛케이에 일본의 조치를 "독자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본도 이제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대외무역 개발협력부 장관인 리제 슈레인마허는 네덜란드가 이르면 여름부터 반도체 수출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이미 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덜 발전된 심자외선 노광 장비 중 일부를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서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1위이며, 네덜란드 ASML, 도쿄 일렉트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협력으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민주주의 국가와 중국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편, 3년 만에 중국에 방문한 하야시 외무상은 중국에서 구금 중인 아스텔라스제약 직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해당 직원은 일본 국적자로, 중국 방첩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사업과 인적 교류를 할 때 일본 시민과 기업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인 17명이 중국에 억류된 적 있다. 5명은 아직 중국에 구금 중이며 2명은 형을 선고받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 의회에서 구금된 일본인의 조기 석방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외교부장은 아스텔라스제약 직원은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친 외교부장은 일본이 대만과 관련된 문제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중국이 언젠가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지 모른다고 전망한다.

친 외교부장은 "평화로운 공존과 우호 협력만이 중·일 관계를 위한 오직 하나뿐인 올바른 선택지"라고 말했다.

지난 31일 양국 정부는 신뢰 구축과 의도치 않은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 핫라인을 설치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