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태 원유생산 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원유가격 65달러 이하일 경우 추진 사업들 다 중단해야 될 상황"
"원유가격 80달러 이상일 경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 촉진"
◆…사우디아라비아 '와싯(Wasit) 가스플랜트 사진=로이터통신
주요 산유국들의 기습적인 감산 발표에 큰 폭으로 반등한던 국제 원유 가격이 5일(현지시간) 하락으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33 달러로 0.47% 떨어졌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사고 팔린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84.73 달러로 0.25% 내렸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국 경제지표 약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서 더욱 부각되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 일부 회원국은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하루 116만 배럴 추가 감산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규모 추가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는 6%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까지, 내년엔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호 세한대 특임교수는 6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서 OPEC+가 기습 감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하고 싸우려고 한 판 하는 거다라는 정치적인 시각도 있지만 현재 상태로 원유 생산을 하면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를 비롯해 탈석유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전략을 고려할 때 현재 원유가격이 65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많은 사업들을 다 중단해야 될 상황"이라며 "과감하게 감산을 해서 가격을 더 올리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는 석유 가격을 지나치게 올릴 경우 오히려 경쟁관계인 신재생에너지의 상대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OPEC+ 산유국이 가격 조정에 줄타기를 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그는 "가격이라는 게 너무 올라가면 '안 쓰고 말래'하면서 아예 포기하게 된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석유를 약 30년 내지 50년은 더 팔아먹어야 되는데, 재생에너지 쪽에서 전기차, 수소차, 수소에너지 등이 나오면 국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도 이날 '생생경제'에 출연해 '116만 배럴' 규모의 감산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하면서 "가격을 올리겠다라는 게 목적이라면 기왕 올릴 거 100달러까지 올리지, 왜 80달러에서 머무른 상태일까. 유가를 자기네들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셰일오일과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시장지배력 유지가 가능한 가격대가 배럴당 80달러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이 촉진이 된다. 만약에 기름을 100달러에 사야 된다면 지붕 위에다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뒷산에다가 풍력을 만들고 할 수 있다. 캐나다와 중국에 많이 잠겨 있는 셰일 오일이 약 70달러라 원가가 맞다"며 "산유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기네들이 득을 보려다가 장기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