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메카로 유명한 G밸리를 배후로 둔 '금천'
"신입 회계사무원 고용하면 인센티브 줘야"
"수습세무사 제도 개선 시급…임금 역시 개선 대상"
"인공지능은 못 할, 고차원 역량 가진 싱크탱크 필요"
◆…김창진 금천지역세무사회 회장 (사진 : 임민원 기자)
지난해 6월 금천지역세무사회 회장에 재선임돼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김창진 회장(세림세무법인 대표세무사)은 IT메카로 유명한 G밸리(구로·가산디지털단지)를 배후로 둔 금천지역세무사회장으로서 지역세무사회를 이끌고 있다.
최근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더 진보하면 세무사와 회계사 같은 전문직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세무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김 회장.
그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인터뷰에서 "최근 지역 IT기업에게서 '세무GPT'를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아직 먼 미래 같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와서 놀랐다"며 "인공지능 세상에서 우리 세무사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 고민 가운데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세무사만의 고차원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싱크탱크 기능이 있는 세무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63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세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세무사업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 G밸리의 '세무 지식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회장은 "변화가 찾아올 때 사람들은 대개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용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1년 세무사업을 시작해 근 30여 년 동안 세무사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는 세림세무법인을 개업해 경영 중입니다. 세림은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업무와 구로디지털단지 내 중소·중견기업 자문업무를 많이 수행합니다.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업무는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할 때 필요한 세무나 회계, 인적 자원 관리 등을 대행해주는 업무를 말합니다. 저희는 회사 설립부터 사업상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그리고 통역까지 외국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모든 일을 대행해주고 있으며 고객도 크게 만족해하십니다. 현재 100여 개 외국투자 기업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Q. 금천지회에 대해 알려주세요.
금천지회는 구로디지털단지와 함께 계속 팽창하는 지회입니다. 제가 지난 1991년부터 이 지역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전체 회원 수가 40~50명밖에 안 됐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IT기업이 이 지역에 대거 들어오면서부터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현재 전체 회원 수가 270여 명이며, 한 해 평균 20~30명 정도가 이 지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금천지회는 전통과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개업 연차가 오래된 원로 회원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으며 젊은 회원도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Q. 지회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젊은 회원이 많이 지회 활동에 참여해야 세무사회가 지속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젊은 회원이 편하게 참석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밴드를 이용해 소통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세무서 간담회 자료나 세무사회 관련 자료를 전 회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는 지회 내에서 줌 화상회의서비스로 간담회나, 정기총회를 개최한 적도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19 대유행 막바지라 대면 모임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외부 강사를 초빙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했는데 회원 모두가 즐거워했습니다. 처음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일회성으로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음 행사에서 또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Q. 최근 회원의 고민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신가요?
어떤 일이든 속 시원한 해결책이랄 게 없지만 회계사무원 문제는 인센티브 제도가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세무사무실이 신입 회계사무원을 채용했을 경우 인센티브를 100만원 정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세무사사무실이 신입을 채용하는 데 있어 부담이 적어지고 따라서 양질의 세무사무원이 늘어날 거로 보입니다. 지역 회원들은 한국세무사회가 정부에 얘기해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거나 아니면 한국세무사회 차원에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한편 수습세무사 제도를 다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 있는 세무사가 되기 위해선 현장 경험과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수습 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기간만 늘려선 안 됩니다. 이들의 임금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전체 세무사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세무법인과 개인 세무사무실에서 더 나은 신입 세무사를 고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뜻깊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지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으신가요?
지난 2021년 초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라서 지역회원이 한 장소에 모이는 신년회를 개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상회의서비스인 줌을 이용해 신년회를 열었는데, 한국세무사회 원경희 회장과 서울회 김완일 회장이 화상으로 신년 인사를 해와 저와 지역회원에게 특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역회원 간에 더 자주 더 편하게 소통하는 지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기적인 전체 모임도 하겠지만 200여명의 전체 회원이 자주 모이는 것은 힘들므로 소규모인 공부모임으로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모이는 모임을 운영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Q. 요즘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업을 곧 대체할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챗GPT가 세무사업에 큰 도전이 될 거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다만 이를 사용하기에 따라선 오히려 세무사에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챗GPT가 작지만 품이 많이 드는 업무를 대신해주고, 세무사는 그 시간을 활용해 세무사 본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또 세무사 자신도 인공지능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무 소비자가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 인공지능이 아닌 세무사에게 의견을 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력을 키우지 않고 어중간하게 있으면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 있으니 경각심을 꼭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싱크탱크 기능을 가지고 있는 대형 세무법인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무사 수십 명이 함께 조세·세무회계·세무대리 및 세무사제도를 연구하고 이를 세무사업계뿐만 아니라 대정부건의, 보고서 발간 및 정책개발 등에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우리 세무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지회 활동을 하면서도 세무사회와 세무사제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앞장서서 이야기하고 제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김창진 금천지역세무사회장 약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