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호실적에 화학사 부진 불구 업계 법인세 4조 육박
양호한 정제마진·수요 증대·신사업 호조 등에 호황 나타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E1, SK가스, 금호석유화학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들의 지난해 별도기준 법인세액은 전체 3조 9515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도 2조 5953억원에 비해 52.3% 늘어난 수준으로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한화솔루션, E1 등의 법인세가 3~4배 가량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합산 세전이익(법인세차감전순이익)도 14조 4587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4.1%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10조 6311억원으로 31.3% 늘어난 호조세를 보였다. 전체 유효세율은 전년도에 비해 3.2%p 오른 27.3%로 국내 법정 최고세율(25%)을 웃돌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1분기 평균 배럴당 97달러에서 2분기 113달러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찍은 뒤 4분기 평균 83달러로 점진적 하향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요인이 겹쳐 통상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상반기에 훌쩍 뛰어넘어 처음으로 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정유업계 호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 제작의 기초원료로 활용되는 납사(나프타) 가격이 유가를 따라 급등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납사가격은 작년 초 톤당 700달러 수준에서 상반기 1000달러를 넘어섰고 하반기에 접어들어서야 700달러 내외를 넘나들었다.
S-OIL은 지난해 매출액 42조 171억원, 세전이익 2조 8978억원, 법인세 7941억원으로 공시했다. 전년도에 비교해 매출과 세전이익이 각각 54.5%, 54.3% 증가했으며 법인세도 58.9% 늘었다. 유효세율도 27.4%로 전년대비 0.8%p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유가·정제마진 호조에 따른 정유부문의 실적 개선이 주효했던 반면 화학부문에선 다소 수익성이 부진했던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사명 앞에 HD를 붙인 현대오일뱅크는 전년도보다 303.3% 증가한 1조 1378억원의 법인세를 계상했다. 10개사 중 가장 큰 폭의 법인세 증가를 내비쳤다. 매출액은 32조 5998억원으로 전년대비 60.4% 늘었으며 세전이익은 같은 기간 185.1% 증가한 1조 6298억원을 기록했다. 유효세율도 8.9%p 뛴 30.2%로 법정 최고세율을 상회하게 됐다. 다만 이 회사는 별도기준 실적이 정유부문 한정으로 구분된다.
LG화학은 지난해 8876억원으로 전년대비 11.0% 증가하며 10개사 중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의 법인세를 공시했다. 매출액은 23조 4036억원으로 14.3% 늘어났으며 세전이익도 같은 기간 16.7% 증가한 3조 8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단사업 손익이 포함된 실적이다. 다만 영업이익이 64.6% 줄어드는 등 부진한 업황에 다소 고전한 모습을 보였으나 연초 LG에너지솔루션 850만주 매각 등으로 영업외수지가 크게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은 시황악화에 직격탄을 맞아 세전이익 적자를 감내하며 법인세 부담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 16조 2966억원으로 전년대비 18.6% 증가했지만 세전손실이 4182억원, 당기순손실도 318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SK지오센트릭은 작년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23.3% 늘어난 11조 6680억원을 기록했으나 세전손실 336억원, 당기순손실 115억원으로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9조 6864억원, 세전이익 1조 5293억원, 법인세 4700억원의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과 세전이익이 각각 31.0%, 126.8%씩 증가했고 법인세도 270.4% 늘었다. 유효세율은 30.7%로 11.9%p 상승했다. 업계 불황 기조에 전통적 화학사업을 영위하는 케미칼 부문이 부진했음에도 미래 먹거리로 힘을 주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영업흑자로 전환되는 등 효자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E1은 지난해 법인세가 545억원으로 전년대비 294.4% 늘며 10개사 중 두 번째 수준의 증가폭을 내비쳤다. 매출은 전년도보다 60.5% 늘어난 7조 5936억원을 기록했으며 세전이익도 1937억원으로 같은 기간 102.6% 늘었다.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러-우 전쟁여파로 LPG 수요가 늘며 별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업황 개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효세율도 전년도보다 13.7%p 뛴 28.2%로 기록됐다.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가스는 지난해 매출액 6조 9789억원, 세전이익 3550억원, 법인세 86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39.6%, 세전이익이 18.1%, 법인세가 17.2% 증가했다. 유효세율은 0.1%p 소폭 낮아진 24.3%로 집계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매출액 5조 869억원, 세전이익 7473억원, 법인세 17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과 세전이익이 각각 7.5%, 44.9% 줄었으며 법인세 규모도 53.4% 축소됐다. 유효세율도 4.2%p 내려간 23.0%로 법정 최고세율을 밑돌았다. 매출원가율이 10% 이상 늘어난 83%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업황에 타격을 받았으나 경쟁사와 달리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원가부담이 적은 편으로 흑자기조는 지속한 모습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