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기관 "규제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방안도 모색"
기업 "평가 일관성 위해 행정지도 등 규제해야"
학계 등 "ESG 정보 공개, 구체적 공시 필요"
◆…금융위원회는 1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ESG 평가시장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금융위원회는 1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ESG 평가시장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ESG 평가기관과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에 관한 가이던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SG 평가기관들은 가이던스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본부장은 "ESG 평가시장이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만큼 규제뿐만 아니라 제도적 지원방안도 함께 고민해 시장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일률적인 통제를 적용하기보다는 국내 ESG 평가기관들이 직면한 제약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할 가이던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전무이사는 "가이던스가 ESG 평가시장의 질적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 전제는 양적성장"이라고 말했다.
오 전무는 "이미 많은 연구원을 투입해 더 나은 평가를 위해 노력 중인데 규제에 대응하다보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며 "규제를 한꺼번에 도입하기보다는 국내 ESG 평가기관의 사정과 타임라인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평가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어 유료로 상세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컨설팅이 아니라 과거 진단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피평가기관과 거래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모두 싸잡아 이해상충이라고 하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상세공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백재욱 한국ESG연구소 센터장 역시 "민간평가기관이 유료 판매하는 데이터를 공개하는 건 비용적으로 부담"이라며 "고객 기관에는 평가정보나 방법론에 대해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 센터장은 "행정지도보다는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며 "ESG 평가시장은 신용평가시장과 달리 정보이용자가 평가기관을 선택하고 지불주체가 분리돼있어 시장의 자정기능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기업들은 ESG 평가의 일관성 결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던스를 구체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실장은 "자율규제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에 혼란을 주지 말고 금융위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명확하게 규정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표준화된 ESG 평가지표 개발도 필요하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통일기준을 만들어주면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도 줄어들고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도 ESG 정보가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ESG 평가기관은 아니지만, 자체평가모형을 가지고 기업을 평가해 투자가능종목군을 조정하며 기금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이 실장은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다보니 ESG 평가정보의 공개범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중에 알려진 300여개 데이터 중 쓸 만한 건 60여개뿐이다. 공정한 ESG 평가를 위해서는 정보 공개 범위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트로버설 이슈(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영향 분석도 필요하다"며 "그 이슈가 ESG 등급과 주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돼야 하지만, 현재는 루머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 역시 "가이던스 안에서 원천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부분과 평가지표, 가중치 설정을 공개해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며 "국내시장 성숙도를 고려했을 때 자율규제 방식으로 진행하고, 어느정도 시장에 규율체계가 정립된 후 법제화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평가기관간 등급에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설명을 해주면 된다"며 "평가목적과 방법론을 제공해 투자자가 이해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도 "평가기관과 피평가기관간 재무적 거래내역을 공개토록 하면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행정지도 방식은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기관만 행정지도를 받고 해외기관은 따르지 않으면 여전히 평가결과의 일관성을 놓치게 된다"며 "현실적으로는 자율규제 방식을 취하되, 공적자금 운용의 경우 행정지도 방식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정부가 규율체계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기업의 입장과, 시장 초기에 지나친 규율을 가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기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