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도 안심해선 안 돼...美 암호 해독 프로젝트 추진중"
"美, 공용 휴대폰 충전기에 해킹 프로그램 넣어 도청 악용"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좌) 사진=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방송 캡처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으로 인한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청와대보다 보안이 더 탄탄해 도·감청 우려가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도청은 창과 방패 싸움이라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승주 교수는 1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대통령실도 분명히 신경을 썼을 것이다. 방송에서 비화폰 써서 안전하다는 얘기 많이 하셨는데 비화폰은 도청을 막는 폰이 아니고 대화 내용을 암호화시키는 폰"이라며 "미국은 그 암호 기술을 깨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암호화된 것을 깨버리면 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말은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청을 경고해왔던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 청사를 다시 지어야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너무 건물 쪽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얘기하신 경향이 좀 있다"며 "지금 도청기술이라는 게 워낙 발전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휴대전화를 도청한 건지 아니면 밖에서 얘기하는 걸 도청한건지 더 기다려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건물을 부시기 전에 그 건물에 대해서 안전 진단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게 옳은 순서"라면서 "대도청 기술(도청을 탐지해 내는 보안기술)을 개발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말 나온 김에 총체적으로 얘기해서 예산 투입할 때 투입하고 또 항의할 건 항의하고 이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구별해 원하는 정보만 추려내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어떠한 기술적 대책을 내놓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미국에게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항의를 해야 되는 게 기본 원칙인데 항의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미안하다고 한다거나 '우리는 어떻게 했어' 이런 걸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이런 항의가 반복돼서 누적이 되면 조심하게 돼 있다. 우리한테 빚졌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지렛대 삼아서 여러 가지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일단 주요 보직에 있는 모든 분들이 도청의 대상이라면서 "어느 정도로 광범위하게 정보 수집이 일어나냐 하면 미국 FBI에서 '주스 재킹'을 조심하라고 공식적으로 트위터에 발표를 했다. '주스 재킹'은 공용 휴대폰 충전기 안에다가 해킹 프로그램을 집어넣어서 도청에 악용하는 것을 말한다"며 미국의 전방위적 도청 사례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빛이나 진동을 이용하여 도청하는 첨단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새는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서 내부 정보를 밖으로 뽑아낸다. 하드디스크를 잘 보면 led 램프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 디지털정보를 불빛 신호로 바꾼다. 그러면 밖에 드론이 떠있으면서 그 불빛을 전부 다 녹화한다"며 "실제로 그 시연 영상을 보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컴퓨터가 동작을 해서 막 깜빡깜빡거리고 있고 드론이 그걸 찍어서 해커들한테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미세하게 나오는 진동을 분석해서 이 컴퓨터로 무슨 작업을 하는구나 이것까지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보에 있어서는 우방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정보에 있어서 절대 공동체라고 얘기하는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동맹)인데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건을 보면 영국도 도청의 대상이었다"며 "강의를 해보면 '전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저를 도청을 할까요' 이런 반응을 많이 보이는데 유명인들만 도청하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한테 정보를 뽑아서 만약에 이 사람 중에 친구가 유명인 딸이나 아들이면 그 아들, 딸을 매개로 해서 유명인들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