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세청 본청 팀 하나가 국장 입김으로 와해됐다는 소문 퍼져
당시 국세청 과장, 이유있는 인사였다고 해명
소문의 진원지 블라인드.. 실제 해당 국장과 팀원 간 불화설도 나와
해당 국장 "다른 사람 통해 이야기 들어.. 외부에선 믿을 텐데 걱정"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
국세청은 정상적인 인사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국세청 내부에선 해당 국장에게 밉보인 직원들이 인사를 통해 보복을 당한 것이라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 소문이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1월 6급 이하 직원의 정기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본청 직원 213명을 포함, 전국에서 1만 여명이 넘는 직원이 새 근무지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인사 단행 전인 작년 말부터 이상한 소문이 국세청에 돌기 시작했다. 본청 팀 하나가 이번 인사에서 '공중분해'된다는 것. 금품수수 등 팀원 전체가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본청에 소속되어 있는 팀 하나가 통째로 와해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1월 단행된 인사에서 소문은 '실제'가 됐다. 해당 팀장은 기존 소속팀 보다 한 단계 아래 팀으로 좌천됐고, 팀원들은 홀로 별개의 업무를 하는 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같은 과 내에서 옆팀으로 이동한 직원들도 있었고, 아예 지방청으로 전출된 직원도 있었다. 일반임기제로 채용된 직원(변호사)은 연장신청 없이 임기를 종료했다.
국세청 내부 사정에 밝은 직원들은 승진을 앞둔 직원이라면 이동이 가능하지만, 승진 대상자가 아닌 직원들이 동시에 흩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본청의 경우 업무에 대한 숙달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다면 최소한 한 명은 남겨 놓는 방식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모두 '이유 있는 인사'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인사 당시 해당 팀을 맡았던 과장은 "직원A는 승진을 위해 다른팀 차장으로 갔고, 직원B는 2년차에서 3년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방청으로 전출됐다. 직원C는 다른 팀 3석 자리가 비어있어 근평(근무성적평정)을 좋게 받기 위해 옮겼고, 직원D는 외부채용으로, 임기가 끝나 국세청을 떠났다. 그리고 팀장이었던 직원E는 이전부터 소통을 전문으로 담당해 왔기 때문에 소통과 관련괸 팀으로 이동한 것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세청 인사 담당자는 "팀간의 이동은 해당 국이나 과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재조명되는 익명글.. 해당 국장 "업무능력이 부족해서 나간 것"
◆…지난해 말 게재된 블라인드 글 화면 캡쳐.
지난해 8월 블라인드에 '미꾸라지는 누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한 국세청 국장에 대한 험담으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국장이 편을 가르고 사람들을 이간질한다면서 행정에는 젬병이고, 직위를 이용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국장의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외부 출신 인사(교수)라고 국장을 소개, 국세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국장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4개월 여 뒤인 12월 같은 작성자가 또 하나의 글을 게재했다. 작성자는 "지난 8월 그냥 주워들은 푸념 중 하나를 게시한 사실이 있다"며 "게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국장이 게시자를 색출한다는 소문을 전달받았고 혹시나 피해가 올까 게시글을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국세청 본부인사에서 블라인드 게시자로 의심하던 이들을 모두 퇴출했다는 내용이다. 정말 대단한 국장과 그를 지켜주는 국세청. 비실명게시글 하나에도 이 정도인데 국세청 눈 밖에 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하겠다"라고 했다.
해당 글에는 "의심만 받으면 그냥 모가지 날라가는거임?", "아니 이게 가능해?", "작성자 본인은 살았고 딴넘들이 퇴출됨?",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익명글이라 글에 대한 정확한 진위여부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취재결과 해당 국장과 해당 팀의 사이가 실제로 좋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금은 임기가 끝난 외부채용 변호사와 법리해석 문제로 몇 차례 충돌이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과장들에게 연차가 쌓인 다른 팀 직원에 대해 전문직위 지정을 해줄테니, 해당 팀 직원 한 명을 내보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이런 의혹에 대해 해당 국장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국장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블라인드에 들어가질 않아서 모르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고, 또 다른 기자가 말해줘서 알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누군지 더 궁금해지더라. 너무 이야기를 많이하고 다녀서 그런지 나한테 이야기가 다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말 한 언론에서도 블라인드 게시글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는데, 그 기사를 나한테 전달해준 사람들도 '내부 분위기를 알면 이렇게는 안썼을 것'이라고 했다. 나한테 사실관계도 파악 안 하고 그냥 기사를 써버린 것을 보고 '외부 사람들은 기사를 그대로 믿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전출된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능력이 부족한 직원은 본청에 오래있지 못할 수 있다. 보통 승진을 위해 본청에 오는데, 업무능력이 부족하면 우리 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에도 계속 있지 못한다"라며 "전출된 직원은 BSC 최하위자다.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나갔다. 나는 세부 점수까지는 모르지만 결과를 토대로 인사이동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BSC 최하위자는 업무 부적격자라 내보내는게 맞지 않냐고 과장에게 말했는데 그 과장은 그 직원보다 다른 직원을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럴거면 근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과장에게 근거를 달라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전문직위 지정에 대한 대화가 오가긴 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