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이명박 정부 때 일본과 군사정보·군수지원협정 추진 들통나 국민 질타 받고 물러나”
“일본에 선제적 양보하면 호응해 올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
“호시탐탐 우리 영토 넘보는 일본과 무슨 정보동맹을 맺냐”
유시민 “주권국가 대통령, 최소한 도청에 대한 항의와 후속 대책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강득구·진성준 의원 등 국회 운영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미국 불법 도청사태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해임요구서 전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해임 요구서를 제출한 가운데,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태효 차장의 경질을 주장하며 사대주의적 대외관 문제를 지적했다.
진성준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효 차장을 경질해서 대외, 외교 자세를 일신해야 한다"며 "김 차장은 사대주의적 대외관이 아주 심각한 것 같다.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 때도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펼친 설계자"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 대외전략기획관이었는데, 그때도 비밀리에 일본과 군사정보협정 또 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려다가 들통나서 거센 국민의 비판과 질타를 받고 물러난 바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김 차장이) 일제강점기 때의 강제동원 문제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이라며 "이것은 일본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게 선제적으로 양보를 하면 일본이 호응해 올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일본에게 다 내줬다"며 "그 뒤에는 정작 한국이 어떻게 하는지 봐서 일본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더 나아가서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진 의원은 "무슨 근거로 선제적으로 양보하면 일본이 상응하는 조치에 호응해 올 거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사대주의적인 외교관을 가지고 어떻게 대한민국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미국의 불법 도청 사건도 마찬가치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경위가 어떻게 된 것인지 할 소리는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상식 아니겠냐"며 "그런데 무슨 문건이 조작됐다느니, 허위로 선동한다느니, 미국의 불법 도청을 오히려 두둔하고 엄호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 정보 공유 확대 대상국에 일본을 포함시킨다'는 발언에 대해 진 의원은 "정보동맹을 맺겠다는 얘기가 바깥으로 공개될 수 있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기존에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고 하는 영어권 정보동맹이 있었는데 이것이 노출됐을 때 큰 파장이 일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이 포함된다는 것이 김 차장이 정말 제정신인가 싶다"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외교청서에 명기하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호시탐탐 우리 영토를 넘보는데 그런 일본과 무슨 정보동맹을 맺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보를 갖다 바쳐서 일본의 영토 야욕에 힘을 실어줄 일이 있냐"며 "무슨 외교적 치적이나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 유시민, "미 도청, 화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편, 유시민 작가는 지난 17일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에 '사대(事大)와 사대주의(事大主義)'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유 작가는 "'사대주의'는 '사대'와 다르다. '사대주의'는 '사대'를 생존의 방편이 아니라 도덕적 가치로 여기는 태도를 가리킨다"며 "살기 위해서 '사대'를 하는 게 아니라 옳기 때문에 '사대'를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사대주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효 차장을 사대주의자라 비난하고 싶지 않다"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이 침략해올 경우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심리가 있다는 건 분명하나, 그것만으로는 사대주의자라고 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이) 같은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이번에는, 먼저 군 지휘부를 소집해 전투명령을 내린 다음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대답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사대' 외교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자. 그러나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자부심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한테 화를 내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들은 도청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비롯한 안보관련 정부 부처에 대한 외국 정보기관의 도청을 예방하기 위해 과감한 조처를 하라"고 조언했다.
유 작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돈이 많고 기술이 앞선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을 막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계속 당한다면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화를 내지도 막을 대책을 세우지도 않는다면, 그런 대통령을 뭐라고 하겠는가? '굴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대주의자!' 이것 말고는 없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