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확장억제 별도성명 낸다 '핵우산강화'…전문가 "확장억제, 가장 중요"

한미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을 담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으로, 양 정상은 이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위협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핵 확장 억제 공약을 강화·증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성명이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한국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잘 이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말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민들께서 북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갖고 계신 불안과 우려를 종식할 수 있도록 두 정상 간에 보다 실효적이고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9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11월 국방 당국 간 안보협의회의(SCM) 등을 거치며 △ 정보공유 △ 위기 시 협의 △ 공동기획 △ 공동실행 등 4가지 확장억제 정책 범주에 대한 공조 방안을 진전시켜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한미 간 기존의 가동 중인 협의체를 상설 협의체로 만들어 상시적인 협의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별도의 특별성명을 통해 핵우산의 증대 및 강화를 전 세계에 공표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에 있어 양국 공조가 흔들림 없다는 한미 정상 간 의지를 부각하는 의미가 크다.

또 북한 도발을 잠재우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북핵 위협 극대화에 따른 국민 불안이 가중하면서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핵 보복에 나설 것임을 공동 성명에 명문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5월 서울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명시하며 '핵에는 핵'이라는 대응 방식을 사실상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확장 억제 공동 성명에 '핵 보복' 내용을 직접 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측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여러 차례 확인하며 '가능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핵 수단에 논의가 집중할 경우 확장 억제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 전략자산 순환 재배치 실행돼야"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25일 YTN라디오에서 '확장억제 별도 문건' 발표와 관련해 "확장억제가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도 핵으로 보복한다는 것을 명문화한다고 하면 다행이나, 합의문 정도로 과연 북한의 핵 공격시 미국이 보복해줄지 신뢰할 수 있을지 문제는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홍 전 원장은 "미국의 전쟁권은 의회가 갖고 있지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조약이라면 상원의 비준을 받아 놓으니까 강행력이 있지만 이게 조약도 아니다"며 핵 보복 명문화를 뒷받침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볼 때는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 사실상 1년 365일 순환적으로라도 미국의 핵 전략자산이 배치되는 것, 이 정도가 돼야 되지 않을까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상 재배치는 어렵겠지만 해상에서의 순환 재배치, 잠수함 등 상시적으로 한반도 인근에서 핵 보복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정도가 행동으로서 보여져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들어가면 안 될 내용에 대해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꼽았다.

홍 전 원장은 "백악관에서는 이미 우크라이나하고 대만이 주요 의제라고 하면서 국빈 방문해서 융숭한 대접하면서 한국을 완전히 북·중·러 삼각 군사 연대에 전초병으로 세우려는 것"이라며 "지정학적으로 볼 때 우리가 일본과 미국 사이에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북중러와 한미일 갈등에서 우리가 맨 앞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중국하고 우리는 적국이 아닌데, 공연히 중일 간이나 미중 간의 적대감을 우리가 떠안을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지만 한중과 한러 관계도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점을 꼭 유의하셔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