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부채 한도 상향' 법안 통과...상원에선 불가할 듯

미국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의 공화당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하원에서 31조4000억 달러의 부채 한도를 1조5000억 달러 상향하는 법안이 찬성 217명, 반대 215명으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 캘리포니아주)이 막판에 법안 내용을 수정하면서 4명의 공화당 의원도 반대로 돌아섰다.

법안은 2024년 3월까지 혹은 연방 부채가 32조9000억 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한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국가 신용불량을 막기 위해 정부 지출을 2022년 회계연도 수준으로 되돌리고 연간 지출 증가율을 10년간 1%로 제한하는 등 과감한 지출 삭감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공화당원들은 "이제 법안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늦지 않게 대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재정지출 삭감이 연계된 채무한도 상향 방안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전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채한도 상향과 관련해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기꺼이 만날 것이지만 부채한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것은 협상 불가"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은 항상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다"면서 "두 사람은 모두 '부채 한도를 연장하지 않는 것은 절대적으로 범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그동안 부채한도는 '조건 없이' 상향하고 정부지출 조정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은 1월 부채 한도에 도달,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자체 자금을 활용하는 등 특별 조치에 나섰다.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할 경우 이르면 6월 이마저도 소진돼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