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제재에 카자흐스탄 동참시키기 위해 '아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립적 줄타기 외교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카자흐스탄의 움직임을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EU(유럽 연합)가 러-우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 제재의 우회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대해 인정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6일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 무라트 누루틀루(Murat Nurtleu)를 만난 EU 외교·안보 수장인 조셉 보렐(Josep Borrell)은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에 대한 유럽 및 국제 제재를 피하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개편 이후 첫 유럽 방문을 통해 200명 이상이 희생된 지난해 1월의 비극적 사건 후 카심 조마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진행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현대화와 개혁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EU 관리들은 새로 준비 중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대해 카자흐스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공식적으로 러-우 양국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제재 동참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의 합병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물론 서방의 경제 제재 체제에 동참하지 않고 무역을 계속하며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유라시아 관세 동맹 회원국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 그중에서도 제재 대상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도 제재가 제3국을 통해 우회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함께 카자흐스탄과 같은 우호적인 국가를 러시아 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카자흐스탄 고위 관료는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을 추구하면서도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이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우리는 모든 위험에 대처하고 파트너와의 상호거래를 감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기업에 대한 제재를 통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처벌의 시범 케이스'로 삼는 것은 우리 국가와 재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라며 엄포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