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당 안팎 상황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어" 질타
"대여투쟁에서 총을 앞으로 쏴야지, 옆으로 쏘면 총선도, 정권교체도 실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일 오전 '서해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7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에 잘하지는 못할 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나"라며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원장은 "혁신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하루 전 밤 최고위에서 당 대표가 통보, 다음날 아침에 발표했다면 밤사이 최고위원들을 포함, 지도부가 SNS검색만 했어도 천안함 자폭, 코로나 발원 미국 등의 주장을 알았을 것이며, 아침 발표 전이라도 반대 의사를 밝혀야 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영표 의원께서 발표 두 시간만에 이 사실을 발견, 반대 의사를 밝히신 것은 잘한 일"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즉각 자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고, 이래경 선생도 현명한 결단을 하셨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또한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현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미일 편중외교로 경제를 파탄내 민주당은 경제 국익 외교 관점에서 중러와의 접촉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동시에 방통위원장 면직과 신임 인사, MBC 기자 등 압수 수색,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대통령실의 대법관 추천 거부, 노조와 시민단체 탄압 등 민주당이 투쟁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을 위한 대여투쟁에서 총을 앞으로 쏘지, 옆으로 쏘면 총선도 실패하고 정권교체도 물 건너 간다는 상식을 곱씹어 봐야 한다. 이 와중에 소탐대실은 치명타"라며 비명계에서 이 대표의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경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래경 혁신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가 권한을 가진 만큼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라며 "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당 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가',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인가',' 권칠승 수석대변인에 대한 조치가 있느냐' 등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론, 사퇴 촉구 주장이 연일 터져나왔다.
김남국 가상자산 논란과 돈봉투 사건의 위기를 타개하기 빼든 혁신위 카드가 사실상 자신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당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서 당대표가 임명하는 것"이지만, 최고위원들이 이래경이란 분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는 분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송 최고위원은 "조금 더 전에 이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더라면 결과적으로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든다"고 말했다.
친명계 서은숙 최고위원도 BBS 라디오에서 "이래경 위원장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발표) 전날 그분 이력과 프로필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과정은 있었다"면서도 "좀 더 세심하게 검증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아쉽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그분이 친명이라서 이재명과 친한 사람을 어떻게 혁신위원장을 할 수 있느냐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혁신위원장이 해야 될 일은 당의 새로운 비전, 가치, 방향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데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이 우리 당의 혁신의 방향이냐 묻고 싶다. 친명이냐 반명이냐, 이 구도로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폐쇄적이고 아주 몇몇 사람들 중심으로만 (이뤄진), 제1당 공당의 의사 결정이 너무 엉망진창"이라며 "이 대표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속내가 나온 것으로, 결국 이 대표 사퇴가 본인의 목표라서 당의 쇄신보다 대표 사퇴를 언급한 것 아니냐"며 이 의원을 직격하며 "그런 발언들은 좀 지양하는 게(낫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