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관찰대상국 또 불발..."내년 기약"

영문공시 의무화 단계적 시행

상장사 30% '깜깜이 배당' 정관 개선 완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옴니버스 계좌 활성화

우리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문턱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한 만큼 내년에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MSCI 시장접근성 평가에서 한국은 종전과 동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8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예정된 MSCI 연례 시장분류 발표에서 한국의 선진국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는 사실상 불발됐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방안을 예고한 데 따라 내년에는 워치리스트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방안 등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며 "내년에는 한국 자본시장의 개선된 점을 감안해 선진국 워치리스트에 등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제도 개선안 발표가 이어지고 내년 초 시범운영까지 원활하게 이뤄지면 내년 관찰대상국 등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SCI는 영문공시 실시간 접근 제한 등 정보흐름을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는 2단계 영문공시 의무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산 10조원 이상 또는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우선 적용하고,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

XBRL(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 재무공시도 단계적으로 선진화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재무제표 주석까지 XBRL로 작성해야 하며 2025년부터는 자산 5000억원 미만인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김정윤 연구원은 "주석까지 국제표준언어로 의무화되는 건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 비대칭성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기준일 후 배당금을 공시하는 '깜깜이 배당'도 개선된다. 상장사 30%가 정관 개정을 완료해 내년부터 개선된 결산배당 절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분기배당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정무위 심사 중이다.

역외 외환시장 부재도 주요 지적사항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등록 의무와 문서제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5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한다. 12월 14일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전 등록 절차 없이 편리하게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MSCI는 증권 결제 목적 당좌대월을 이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삼았다. 정부는 옴니버스 계좌(외국인 통합계좌)로 투자자별 결산일 신고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채권·주식 장외거래시 사전심사 절차가 존재하는 걸림돌의 경우 연내에 장외거래 사후신고 대상 범위를 확대해 사전심사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김정윤 연구원은 "금융투자업규정 변경은 40일 이상 사전예고가 원칙인데 사전예고기간이 20일로 단축됐다"며 "연내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공매도 재개 계획은 부재하다. 지수사용권 이슈로 상품 가용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여전하다. 이종빈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계획은 민감한 사항일 수 있지만 산재한 MSCI 선진지수(DM) 편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이벤트는 국내증시 재평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