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구속 필요성 일일이 설명, 법률 위반, 인권 문제"
"韓장관 이전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한 적 없어"
"녹음, 진술 다 확보돼 있다면 바로 수사해서 기소하면 되는 거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돈봉투를 받은 20명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별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 같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 20명이라는 숫자를 특정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구속영장의 내용들을, 범죄사실의 요지, 증거의 요지들 그 다음에 구속의 필요성 일일이 설명하는 게 법률 위반이라고 본다"며 "일반 피의자들의 경우 영장 청구하고 영장 공개하나.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영장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는 걸 넘어서 증거의 내용까지도 일일이 설명하는 게 그 자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며 "개인의 형사사법상 최고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사유 원칙에 어긋나는 인권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행이 만들어져 가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그 이전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외에 역대 어느 법무부 장관도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이 '돈봉투와 연루된 20명이 표결에 참여하는 게 공정한가'라고 한 데 대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검찰이 수사해서 영장 청구하면 다 유죄가 확정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한 장관이 얘기한 것처럼 녹음, 진술이 다 확보돼 있다, 그러면 굳이 구속할 필요가 뭐 있나. 바로 증거에 의해 수사해서 기소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라며 "혐의자들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수사해 갖고 증거가 완벽하게 있으니까 기소해서 법원의 심판을 받고 유죄가 인정된다면 법정 구속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에서 '당연히 당론 가결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에서 이런 체포동의안 관련 당론을 결정한 바는 없었다"며 "의원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표결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전날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모두 부결됐다.
고민정 등 민주당 의원들은 체포동의 설명을 한 장관의 발언을 두고 즉각 비판을 쏟아냈다.
고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170명 가까운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셈"이라며 "선을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계산된 (한 장관의) 발언이 많은 의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며 "우리 당을 범죄 집단으로 매도해 모욕적이라는 의원들도 계셨는데,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국민들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며 "민주당 말씀은 원래는 제대로 (표결을)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말인데, 공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실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