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키미디어(로스토프나도누 시내)
요크타운 재간 안보정책 센터 선임 연구원인 스티븐 브라이엔은 배신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봉기가 전면적으로 일어나거나 국가체제를 공개적으로 뒤흔드는 행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서방은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만 말할 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 공동설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약 8000명을 이끌고 정의를 위한 행진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반란을 일으켰으며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고 그의 최종 목적지는 모스크바 국방부 청사였다.
그는 로스토프나도누의 국방본부를 점령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군대는 모스크바 120km 지점에서 멈춰섰다.
또 다른 공동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의 지휘를 받는 수천 명의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120km 전방에서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에 프리고진은 로스토프나도누 국방본부에 머물면서 먼저 푸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푸틴은 이를 거절했고, 다른 하급관리들과도 연락을 취하려 했다.
파죽지세로 모스크바를 향했던 상황과 달리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이 없는 고립무원인 것을 느끼는 동시에 쿠데타에 가담한 그의 소규모 부대가 전멸에 직면하고 있고 가족까지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푸틴의 친구인 벨라루스 루카센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푸틴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가운데 거래는 성사되었다. 프리고진과 그와 함께했던 8000명은 벨라루스로 망명이 허용과 함께 반역죄는 묻지 않기로 했으며 1만2000명에 달하는 나머지 바그너 병사들은 러시아군과 계약을 맺거나 귀향이 허락됐다.
보도에 따르면 1만2000명 대부분이 러시아군과 계약에 동의하고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여러 차례 감지되었다. 지난 6개월간 바흐무트에 충분한 탄약이 지급되지 않는다며 거짓 비난을 계속했다.
이와 함께 군 지도부가 부패했고 바흐무트 전투에서는 바그너 측면 방어에 나서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러시아 정규군이 연전연패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었으나 대부분 거짓 주장이었다.
지난 몇 주 러시아군 지도부는 바그너를 비롯한 민병대에 계약을 종용했다. 특히 프리고진과 그 휘하 모든 병사에게 계약과 함께 군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했으나 프리고진은 거부하며 전투를 벌이는 후방에서 바그너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날조된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트위터, 텔레그램 및 서브택스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에 의하면 프리고진은 지난 1월부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과 비밀 접촉을 이어가는 등 상당한 교류를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태를 보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러시아의 주요 지휘부가 있는 장소를 제공, 지휘부를 폭파하려는 계획이었다는 사실도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는 부패한 군 지도부를 비난하기 위해 2개의 조작된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정보국 관계자와 비밀 접촉을 위해 바그너의 또 다른 작전지인 아프리카로 날아간 사실도 확인됐다.
동시에 러시아 내의 많은 특수부대와 내통하며 우크라이나 정보국 협상에 합류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희망 회로를 돌리는 서방 전문가들이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군사정보국인 GRU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프리고진은 범죄자로 사업에 성공하며 푸틴의 신임을 얻은 군대 경력이 전혀 없는 민간인 출신이지만 공동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은 1949년 이래 존재해 온 GRU 스페츠나츠 특수팀 운영자였다.
스페츠나츠는 최신 장비로 무장하고 적진 후방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적 후방에 소형 핵무기를 매설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고도화된 능력이 있다.
프리고진과 관련된 보도와 소문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반란에 경찰, 군대, 정보기관을 포함한 고위층이 가담하는 대규모 봉기로 이어지기를 바랐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봉기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제안에 동참하는 군이나 경찰도 찾기 어려웠다.
고문이라는 공식 직함과 함께 러시아 '특수 군사 작전' 부사령관으로 실제 작전 사령관을 맡은 세르게이 수로비킨조차도 프리고진으로부터 가담 위협을 받았지만, 쿠데타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수로비킨은 반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바그너 군대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로 들어가거나 러시아인들과 싸우지 말라'라며 반란에 동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다만 프르고진의 쿠데타에 대한 지지가 약하다고 해서 러시아인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바흐무트의 영웅으로 여겨지며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상당한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그가 저지른 행위와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대중적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먼저, 정의를 위한 행진 시 유혈사태는 없었다고 노골적 거짓말을 했지만, 러시아 무장을 하지 않은 수송 헬리콥터 조종사와 37명의 승무원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프리고진 또한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러시아 군대와 짜고 가격을 부풀려 납품하면서 돈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배신행위는 우크라이나 비밀 정보기관과의 접촉, 러시아 사령부를 우크라이나에 팔아넘기겠다는 제안,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 정부와 지원 협상까지 벌여왔던 사실이다.
확인된 보도는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흔들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외부(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러시아를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로 귀화할 것을 제안 받았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프리고진의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봉기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푸틴을 보위하는 체제의 균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이 결단력 있는 행동(강력한 리더십 회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