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김영호 통일 장관 취임 시 남북관계 개점휴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정 전 장관은 현 정부의 통일관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히면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통일부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5일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관·통일관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긍정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북한 붕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었다"고 우려했다.

이는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그간 보수 성향 언론에 각종 기고문을 게재하며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역설하는 등,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적대의식을 표출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북한 김정은을 없애야 한반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속된 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김정은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유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북한 사회를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희망적 관점만 갖고는 북한 붕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 붕괴·괴멸을 통한 통일을 주장한 사람이 장관이 된다면 통일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본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원칙을 지키면서 국제사회와 협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정도일 줄 알았지, 통일부가 북한지원부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는 북한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 북한을 관리하는 곳이다. 체제 불안감 속에서 핵과 미사일에 온힘을 쏟고 있는 북한이 사고 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라며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군사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북한 지원을 해왔다는 것은 상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쌀·비료 등을 지원하면서 북한이 한국의 말을 듣도록 만들어 왔다"라며 "'김정은 타도 통일'을 주장하는 통일부 장관이 있는 동안 북미·북일 대화가 이뤄지는 와중에 남북 대화는 꿈도 못 꾸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행자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라고 묻자, 정 전 장관은 "인권 문제를 거론했는데, 북한 비핵화보다 더 어려운 것이 북한 인권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통일부에 대해 "달라질 때가 됐다"라며 변화를 주문했고, 이에 따라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교류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책' 기조에서 탈피해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또는 북한 동향 분석 및 대응'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사람들에게는 인권이란 개념이 없기에 인권 개선 요구는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북한은 인권 개선 요구를 하위층으로부터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발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북한을 끌어안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굶어죽는 동포들에 대해 지원한다고 '그런짓 하지 말라'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