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직격한 이상돈 “의원정수 감축, 밑도 끝도 없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의원정수 감축안'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허황된 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돈 교수는 11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원정수 감축은 야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니 거기에 대한 반대로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대 정치 쇄신 공동 서약'을 야당에게 제안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나서자. 의원 수가 30명 줄더라도 국회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돈 교수는 "국회의원을 더 이상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300명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국회의원을 2배로 늘리자거나 10% 줄이자 등의 이야기들은 뿌리도 없이 비생산적인 논쟁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수도권 인구가 너무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인구 평등과 관련한 지역구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며 "(인구 비례에 따라) 선거를 치를 것 같으면 국회의원 절반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지역의) 시·군 지역구는 묶여야 하나의 지역구가 된다"라며 "지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 지역 내 지역구가 몇 개씩 줄게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제20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이 줄었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의 해당 발언은 2012년에 실시된 제19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총 54석이었으나, 4년 후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이 된 상황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문제는 현 선거제도에 있는 것이 아는 게 아니라 양당제에 있다"라며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당 양극화라는 역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당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제도는 쉽게 바꿀 수 없다"라며 "현행 제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논의되는) 중대선거구제 같은 것은 시행이 어렵다고 본다. 중대선거제를 하게 되면 한 정당이 두세 명 공천하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교수는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정당 민주주의'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정당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조직과 자본 등의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당이 출현해 제3당, 제4당 등 (다당제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조언했다.

진행자가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짚자, 이 교수는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 경선 과정은 믿을 수 없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집안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멀쩡한 직장 갖고 자기 철학 있는 사람들이 왜 정치를 하겠는가"라며 "그럼에도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정당구조를 바꾸는 게 제일 우선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선거제 개혁에 관한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새해 화두로 던지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에 제22대 총선 이전에 선거법 개정 협상을 제안했으나 거대 양당이 정쟁에 빠져 해당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