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상황팀장 발령, 보복성 인사…참을 수 없는 모욕"
"배후, 청장 의사 제압하려면 장관보다 더 높은 자리"
"총경 회의 참석자 전원 보복성 인사"
"수사준칙 개정, 檢 우월한 지위 광고…전체 사건 98%는 경찰"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난 류삼영 총경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징계를 받았던 류삼영 총경이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 난 데 대해 총경회의 주도에 대한 '2차 보복'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경정급이 맡는 자리에 총경인 자신을 발령한 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면서 심경을 밝혔다.
다만 류 총경은 "파면과 해임 등 자발적으로 사표를 낼 수 있을 정도까지 그보다 더한 걸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12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지난 27일 경남청 112상황팀장으로 전보됐다.
112 상황팀장은 올해 총경 복수직급제가 도입되면서 총경급 경찰관도 보임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총경으로 갓 승진한 초임 간부의 보직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총경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찰대 3년 선배이자 총경 8년 차로, 112 상황팀장에 전보되자 경찰 내부에선 '망신주기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난 직후 사표를 던졌다.
윤희근 청장이 직접 인사안을 짰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보복인사의 배후가 장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단언하며 장관보다 더 윗선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류 총경은 "지난 2월 인사가 늦어졌을 당시 '청장이 전권을 행사하는데 외압이 개입해서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상상 못할 보복 인사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똑같다. 청장이 2주 전 인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지만 1주 늦어졌고 외압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수해를 만나서 2주가 연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장의 의사를 강하게 제압을 해야 한다. 청장은 이런 보복인사를 하는 게 조직 내에서 신망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자기로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것"이라며 "지난 2월 1차 보복에서도 일주일간의 힘겨루기가 있었고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그런 청장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데는 경찰국 수준은 아니다"고 추정했다.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여러 명도 보복성 인사를 모두 다 받았다고 전했다.
윤희근 청장은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건지 묻자 "안타까운 일"이라며 "공공연하게 보복인사를 하는 건 경찰의 중립이 제대로 옳게 지켜진다고 볼 수 없는 명확한 증거"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법무부가 경찰의 '수사종결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경찰국 신설과 같은 똑같은 시행령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총경은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의해 사법경찰관은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온전한 수사의 주체로서 인정받는데 대통령령을 통해서 형사소송법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검찰의 보완 수사 참여와 송치 요구 권한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보완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하는 원칙을 폐지하고 검·경이 개별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등 부작용과 검수완박법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에 따른 국민 보호 공백을 현행 법률의 틀 안에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 억울함을 풀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한 것에 대해 "검찰이 한 번 더 수사하는 게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 아니고 더 절차를 길게 만들고 번거롭게 만들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 총경은 "원하지 않는 고소고발에 얽혀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비용도 많은데 또 검찰 단계까지 늘려버리면 불편함이 더 가중되지 현실과는 다른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수사종결권이 검찰에 있음을 알려 사법시스템에서의 검찰의 우월적 지위를 확인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체 수사 사건의 98%는 경찰이 하는 것이고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수사권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잘 알아서 그쪽에 집중해라, 광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