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OECD 국제재정포럼 자리서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 등도 언급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각국 정부가 돈 풀기(경기부양책)에 나섰는데, 주로 빚을 내 뿌리다 보니 재정적자는 크게 쌓여만 갔다. 각국의 고령화로 복지에 쓸 지출(의무지출)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크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수입 기반 확대(보편적 증세)'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27일 양일간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서울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운용방향'이라는 주제로 '제11회 한-OECD 국제재정토론회(포럼)'를 가졌다. 재정의 지속가능성·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정책제언을 듣기 위한 자리다.
현재 정부도 재정 여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 포럼에서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코로나 이후 한국의 재정여건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포럼 참가자들(유 심의관 등)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①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와 복지지출 수요 증가 ②기후변화에 따른 전환 비용과 재해 대응 지출 증가 ③금리수준 상승에 따라 국가채무의 이자비용 부담 증가 등을 꼽았다.
한국만 놓고보면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영숙 보건사회연구원 센터장은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재정'이란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한국은 2019년 기준 세계적으로 저부담·저복지 국가군에 속했으나, 초저출산의 장기화(2022년 0.78명)와 고령인구 급증(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예정)으로 복지재정 수요 증가와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재정에서 비중이 가장 큰 사회보험의 중장기 재정안정화가 시급하며,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서 복지재원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까지 정부 내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직접적인 증세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욘 블론달 OECD 예산·공공지출 부장도 "재정정책 환경은 높은 수준의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하는 정부지출 요구,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필요성으로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2040년까지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건강관련 분야가 4.7%포인트·노령 연금 분야가 1.2%포인트 오른다. 욘 블론달 부장은 "향후 재정의 지속 확보를 위해 수입기반 확대, 지출구조조정, 재정개혁을 위한 국민의 이해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었다.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재정지출 개혁의 도전과제로 장기지속 가능한 국가채무 관리,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등 위험관리가 있다"며 "도전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 재량지출뿐만 아니라 의무지출에 대해서도 건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크 마빌레 벨기에 예산국장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산과 거시 경제에 대한 엄격한 준칙을 통해 재정수지를 개선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재정준칙의 예외조항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EU 국가들도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연금 개혁 조치가 필요하며, 이와 같은 재정건전화를 위해서는 국민지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