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들여온 고려불상, 일본 소유권" 대법 판결에, 日 조기반환 촉구

일본의 한 사찰에서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돌아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7년의 소송전 끝에 결국 일본에 있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일본 정부가 조기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무라이 히데키 관방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상 소유자인 간논지(觀音寺)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게 촉구함과 동시에 긴논지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연락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앞으로의 반환 절차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된 법령에 따라서 우리 유관기관에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서산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 소송의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쓰시마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높이 50.5㎝·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서산 부석사는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2016년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소유권 주장에 나선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불상이 당시 왜구에 의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약탈당한 것으로 인정해 2017년 1월 부석사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불상이 일본의 간논지 측 소유라고 판단을 뒤집었다.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원고(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부석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우선 "(1330년부터 현재까지) 사찰의 인적요소인 승려 등의 계속성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물적 요소인 종교시설 등이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며 "서주 부석사가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유지한 채 존속해 원고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는데, 이 부분은 항소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타인의 물건이더라도 일정 기간 문제없이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 시효' 법리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정상적으로 간논지에 넘어갔다고 봤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일본의 옛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한다.

어느 나라의 민법을 적용할지도 쟁점이었으나 대법원은 옛 섭외사법(현 국제사법) 법리에 따라 취득시효가 만료하는 시점에 물건이 소재한 곳의 법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간논지는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 1월26일 당시 일본국 민법에 따라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