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반유대주의 소극적 대응으로 결국 사임

청문회서 반유대주의문제에 대한 총장 태도 논란

대학후원자·이사회, 총장 청문회 답변에 강력 비난

미·유럽서 반유대주의·이슬람 혐오 범죄 증가 우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캇 복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이사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이 자발적으로 사임했다. 후임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총장으로서 직무는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길 총장은 로스쿨 종신 교수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5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나온 '반유대주의' 질문에 대한 매길 총장의 답변이 논란이 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의 명문 아이비 리그 대학들 중의 하나인 "유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매길 총장은 지난 5일 의회에서 유대인을 몰살시키라는 등 학내의 반유대주의 발언과 폭력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응했느냐는 의회의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특히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니크 하원의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유대인 학살을 요구하는 '발언과 글'이 대학의 기본 정책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매길 총장은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기금 후원자들은 총장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기부 철회의 뜻을 밝혔고 유대인 학생과 가족, 졸업생들도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매길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미국 내 대학교들은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폭력과 협박이 점점 늘어나는 것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 대학의 소극적 대응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펜실베이니아대 학생인 에얄 야코비는 이날 CNN에 출연해 "매길 총장의 사임은 대학의 광범위한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이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문화에 대한 첫 번째 도미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대인옹호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이후 2주 동안 미국 내 반유대 사건은 약 388% 증가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전쟁 발발 이후 두 달 새 반(反)아랍·이슬람 혐오 사건이 작년 동기 대비 172% 늘어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