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내년 10월 가능?... 의료계 비협조로 TF부터 난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지난 10월 국회 문턱을 넘어 금융당국이 후속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으나 의료계의 보이콧으로 태스크포스(TF) 구성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청구 전산화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무협의체로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TF'가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를 통해 보험금 청구절차, 청구양식 표준화, 정보 송수신 인증·보안방안 등 전산시스템 개발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4개 의약계 단체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개기관' 선정 등을 놓고 갈등을 표출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금융위원회가 TF에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사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의약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등 의약단체는 공동입장문을 통해 "금융위 보도자료에는 의약계가 가장 우려하는 전송대행 기관 문제에 있어 특정 기관(보험개발원)이 컨설팅을 수행하고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항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의약계가 동의한 바 없다"면서 "금융위원회가 정해놓은 답 안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협의를 이끌어갈지 그 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TF에 실손보험청구 전산화와 관련이 없는 복지부가 참여하는 것은 결국 관치 의료와 실손보험 비급여 통제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면서 "TF 구성에 대해서도 협의체 논의를 통해 확정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 의약단체는 또 "보험업법 개정 과정에 지속적이고 강경한 반대입장이었지만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법과 제도 시행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적 범위 내에서 효율적인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는 바람에서 최대한 협조하려 했으나, 일방적인 금융위 TF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의약계는 TF 참여를 무기한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개기관' 선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본래 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제시했으나 비급여 항목 통제를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로 대안인 보험개발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발원 또한 보험사와 친밀한 유관기관이라는 점과 환자 의료정보 악용 우려 등을 들어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중개기관에 심평원과 개발원이 아닌 제3기관인 핀테크 등의 민간업체가 선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및 소비자 등은 의료계 반발로 핵심사안 중 하나인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이 이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내에 중개기관 등을 정하지 못하면 내년 10월 시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