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달러 규모의 무기 공급 계획
라파 본격적인 공격 준비 시점에 추진
전문가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 축소"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탱크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의 민간인 참사를 막기 위한 휴전 중재에 나서는 동시에 이스라엘에 폭탄 등 무기를 추가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MK-82 폭탄과 합동직격탄용 유도장치 KMU-572, 유도무기용 FMU-139 폭탄 신관 등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해당 계획이 아직 내부 검토 단계에 있으며 세부 방안은 의회 통보 전에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을 준비하는 시점에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가자지구의 휴전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중단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는 주변 아랍국들에 대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무기이전 평가보고서'에서도 이스라엘 정부는 지속적인 지역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기 획득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지난해 일반 군사지원(33억달러)과 미사일 방어 지원(5억달러)을 합해 모두 38억달러의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했다. 이번 무기 구입용 자금도 미국의 군사원조를 통해 조달될 것이라고 한 전직 미국 관리는 전했다.
미국은 전쟁 개시 이후 이스라엘에 약 2만1000개의 정밀 유도탄을 지원했다. 미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이 이중 절반가량을 사용했으며 남아 있는 무기로 19주 동안 싸우기에 충분하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 기간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보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전쟁이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무기 제공이 이뤄진다면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브라이언 피누케인 선임고문은 "미국은 가자지역 분쟁에 기름을 붓는 동시에 불길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