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른쪽으로 기울어"…우크라 지원·난민·기후 정책에 압박

佛 마크롱 참패해 의회 해산…·獨 극우정당 2위로 올라서

오스트리아·헝가리서 승리…그리스·네덜라드 등에서도 약진

"유럽연합, 새로운 우익 정치 시대를 위한 도가니"

제1당 유지한 유럽국민당(EPP), "극우세력 압박에 직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가 의회 1당을 유지했으나 이민과 안보 불안 등으로 힘을 얻은 극우 세력이 약진을 보이면서 향후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 난민, 기후 정책 등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9일(현지시간) 종료된 유럽 의회 선거 결과, 대다수 국가에서 중도우파와 극우 정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중도 진보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실시할 정도로 극우 국민연합당(RN)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우경화를 이끌었다. 초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합당의 득표율은 32%로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당(15.2%)의 2배에 달했다.

독일에서는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0%에 가까운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16.5%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우세하거나 약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익 유럽이 여기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오랫동안 자유주의 가치의 탈국가적 보루로 여겨져 온 유럽연합의 반자유주의적 민족주의에 우호적으로 변모하며 서방의 새로운 우익 정치 시대를 위한 도가니가 됐다"라고 전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유럽이 프랑스의 주도로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같이 극우파가 지지를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 유입에 따른 안보 위협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 대처에 대한 분노,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이 극우 부상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EU의 정책 방향에 혼선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 및 친환경 정책, 난민 정책에 대한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제1당을 유지했으나 기후정책 등과 관련해 극우세력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미국 CNBC는 이번 선거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민, 환경, 산업전략과 관련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EU의 입법 과정이 한층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