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소득세율보다 상속세율이 낮은건 공감 어려워"

'2024년 세법개정안' 한국세무사회 논평

긍정, 고용세액공제 등 쉬운 감면제도 개편과 가족친화적 과세체계 구축
부정, 상속세 고소득자 혜택집중.. 최대주주할증 일괄폐기, 소상공인 혜택 축소 등

한국세무사회는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소득세보다 상속세가 최고세율이 낮게 책정된 점 등 대기업‧고액자산가 감세정책 위주로 구성됐다며 비판했다. 다만, 고용지원세제 간소화와 결혼‧출산 등의 가족친화적 세제지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무사회는 25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이라는 정책목표 하에 △경제 역동성 지원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 등의 내용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세무사회는 "윤석열 정부 집권 첫 해인 2022년에 법인세율 1% 인하, 가업승계 관련 조세지원을 확대하는 기업지원 세제가 입법되고, 2년 차인 작년에는 대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을 늘린데 이어,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경제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대기업‧자산가 및 상속‧배당에 대한 특별한 감세조치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들어 세수결손이 반복되는 등 어려운 세수‧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제의 역동성 확보와 민생안정을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다만 상속세를 중심으로 5년간 무려 18조6459억원의 세입을 감소시키는 감세 세법개정안에는 우려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 현장의견 반영한 고용세액공제 감면제도 개편 '긍정적'

세무사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 마련을 위해 국민과 기업 현장에서 국민생활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한국세무사회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을 통해 세법개정 건의를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고용지원세제의 경우 과거 난수표같은 감면세액 산정방식과 고용인원 감소에 따른 추징으로 적용조차 꺼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인원감소시 추징제도를 폐지하는 등 납세자 편의를 극대화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상속세 인하, 고액상속자에 집중.. 중산층도 혜택이 받도록 '재설계 필요'

세무사회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 화두와 감세목표는 단연 상속세"라며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자녀공제 1인당 5천만원→5억원으로 10배 인상 △상속세 최고 과표 금액을 30→10억원, 이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50%→40%로 낮추고, 최저 세율 10%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1→2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 최고세율을 40%까지 낮추는 부분은 조세의 국제적 경쟁력 및 명목세율을 실효세율과 어느 정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속세가 피상속인에 대한 최종적인 소득세(이중과세)라기보다 상속인이 자신의 노력없이 상속재산을 취득한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땀흘려 번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다면 사회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는 이같은 상속세 개편안이 실현된다면, 감세 규모는 크지만 부족한 재정상황에서 감세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무사회는 "상속세 감세효과의 귀착도 정부는 분석이 곤란한 항목(기타)으로 분류했지만 과표 3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상속자' 2,400명에게 매년 무려 1조8000억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가므로 대부분의 상속세 감세분(1조8000억원)은 1664억원의 감세 귀착으로 밝힌 '고소득자'에 추가돼야 맞다"고 말했다.

세무사회는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상속세 부담을 해소해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세율 인하 등 상속세 개편이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면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됐다는 것이다.

세무사회는 "개정안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집한채라도 있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주택소유자의 사망에도 상속인이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배우자와 자녀 2인인 경우 20억원 정도 공제되지만, 주택이 대부분 시가대로 과표가 잡히고 있어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가 적은 경우를 포함해 만흔 1주택자들이 여전히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세무사회는 중산층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사회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인하해 30억원 초과 고액상속자만 세율인하의 혜택을 받지 않고 모든 구간에 걸쳐 과표를 늘리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거권 보호를 위해 도입했지만 10년 이상 1주택 동거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6억원만 공제되는 동거주택상속공제 한도는 고가주택 기준인 12억원까지 늘리는 등 합리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로 인한 혜택을 단 2400명인 고액 상속자들만 누릴 게 아니라 집 한 채밖에 없는 중산층 등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기업 주식은 20% 할증평가 폐지,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은 과대평가 '역차별'

세무사회는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주식의 적정한 시가과세를 위한 평가제도 합리화를 위한 재설계 없이 중소기업이 아닌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만 적용대상인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제도를 일률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세무사회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는 기업주의 지분이 프리미엄이 붙는 점을 감안한 실제적인 시가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 주주들의 비상장주식은 환금성이 거의 없다"며 "비상장주식평가제도가 불합리해, 아무리 이익이 적어도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평가해야 하는 등 비상장주식의 실제가치보다 수 배에 달하는 가액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며, 세법에서 정한 주식평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고서는 최대주주 할증평가의 일괄 폐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대기업-고액자산가 '최대감면'.. 소상공인-국민 '용도폐기'

세무사회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투자와 고용에 감면혜택과 배당을 늘리면 법인세까지 깎아주는 혜택은 대기업이나 상장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그동안 대기업에 몰아주었던 국가전략기술, 신성장, 원천기술 등 R&D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고 추가공제율을 3~4%에서 10%로 일괄 상향시켜 공제규모를 더 늘렸다"며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배당증가분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저율 분리과세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매출액 5~10억 원에 불과한 영세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에 따른 세부담 증가와 카드수수료 등 비용지출에 대해 보전하는 성질의 신용카드 등 발행세액공제는 현재의 50%로 대폭 축소"하며 "정부의 전자세정을 위해 납세자가 지출해온 전산비용 등을 보전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가 정착되었다며 종소세‧법인세‧부가세신고 때 국민 1인당 1~2만원의 세액공제를 아예 폐지시켰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정부가 대기업을 위해서는 기업밸류업을 위해 배당까지 챙겨 '대기업혜택 몰아주기'를 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 등 조세약자에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지원되는 합리적인 조세감면은 '비과세‧감면 축소'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게 편중된 정책목표에 매몰돼 조세제도의 합리적 운용이라는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등 사용세액공제 및 전자신고세액공제 등 소상공인과 국민의 납세협력에 대한 보전으로서 국민이 수긍하고 국민편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감면제도는 충분히 보전되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오락가락.. 국민 혼란 가중

세무사회는 이번 정부의 개정안대로 금투세가 폐지가 확정될 시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과 국민의 성실납세의식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세무사회는 "정부가 입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도입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부정하고 다시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훼손은 물론 국민의 성실납세의식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투세는 비상장주식에 대하여 비과세소득이 전혀 없이 과세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즉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제도로서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매매총액을 기준으로 연간 약 6조원 징수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선결과제로, 그동안 소득과 무관하게 과세해온 증권거래세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금투세와 연계 시행하는 법안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결혼‧출산 등 가족친화적 과세체계 구축 '긍정적'

개정안에 따르면 혼인신고시 부부에게 최대 100만원 세액공제(부부 1인당 50만원), 자녀세액공제도 약 10만원씩 상향됐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작년에 도입한 결혼‧출산에 따른 증여재산공제의 수혜대상이 증여가 가능한 부모를 둔 청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 담긴 혜택은) 증여받지 못하는 청년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한시적으로 결혼(혼인신고)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유인 효과가 없는 자녀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임시변통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공제를 대폭 확대하거나 다른 외국과 같이 독신과 배우자있는 소득자에 대한 차별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개편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나아가는 일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정부‧국회.. '좋은 세금' 위해 국민‧전문가 꾸준히 소통해야

세무사회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전문가들과 밀접하게 소통해 국민의 뜻을 개정법률안에 잘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 과정에서 세무사회도 법정단체로서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세무사회는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국민의 권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세입법 절차는 관성적이고 단기간의 세법심의가 아니라 공청회와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과 전문가에게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사회는 납세자인 국민과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1만6천 조세전문가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정단체로서 이번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이 정부에서 충분한 재검토와 심도있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세원칙‧정의에 맞고 국민이 원하는 '좋은 세금'이 되도록 (세무사회도)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