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그의 답변은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였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의 동기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라는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착각으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간다."라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관점이나 경험을 일반화하여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는 모든 상황이나 사람에게 적용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라는 것이 가장 큰 '착각'이라는 Chat GPT, 2500년 전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고 한 소크라테스,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내가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라는 이도 있다.
역사적인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착각의 발견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등장하는 황금의 땅을 찾아 서쪽으로 항해하여 구세주(스페인어인 '산살바도르'의 의미)를 만났다. 신대륙 발견(1492년)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도 자신이 첫발을 디딘 그 땅을 '인도'라고 착각했다. 자신이 만난 사람들은 '인디언'(인도 사람)이 되었다. 자기 생각대로 믿고 맞다고 여겼던 셈이다.
변호사나 세무사, 회계사가 아니고서는 세무 자문업을 영위할 수는 없다. 자동차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것처럼.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운전면허는 있어야 한다? 착각이다. 1921년 세계 최초로 왼쪽 운전대가 설치된 자동차를 만든 독일의 아우디(Audi) 창업자 '아우구스트 호르히'는 평생 운전면허가 없었다(『소유와 경영』 김화진 지음). 자기 생각대로 세상을 이해하려 드는 것도 편견이자 착각이다.
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다 국내로 돌아와 회사를 세운 40대의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 동안 연거푸 지인에게 속고 거래처에 사기를 당했다. 국내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운이 없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두 번 다시 속지도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가족들의 진심 어린 말들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착각을 인정하면서부터다. 착각은 무지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무지를 자각하니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다. 정치인인 아버지에, 어머니가 교수인 집안에 두 남매가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유언장을 남겼다. 지방에 있는 땅은 딸에게, 강남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는 아들에게 주되 가족 간에 도리(道理)를 다하며 화목하게 지낼 것을 명시했다. 유언 당시만 하더라도 오래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지방의 땅 가격이 지금처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막상 상속세 신고를 준비할 즈음 유언장에 대한 진실성 이슈가 터져 나왔다. 유언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가족도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소송도 불사한다. 더 나아가 돈으로 얼룩진,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핵 전쟁도 포기하지 않을 기세다. 가족 간 화목을 믿었던 것은 망자의 착각이었을까. 망자의 착각이니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가.
타인으로부터 이익의 이전이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행위 또는 거래가 있으면 '증여'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6호).
여기서 잠깐! 이익의 이전이나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행위인 "지식 증여"나 "경험 증여" 등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지식이나 경험의 전수 기간이나 경제적 효과가 얼마인지 불구하고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탈무드의 자녀 교육법에 등장하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라는 의미다. 자식에게 돈이나 재산을 물려 주기보다는 "지식 증여"나 "경험 증여"처럼 세금 부담이 없는 유익하고 현명한 방법도 있다. 제대로 모르면 착각하기 쉽다.
또 다른 경우다.
단거리 육상에서 기존의 서서 출발하는 '스탠딩 스타트(standing start)' 자세가 아닌 '크라우칭 스타트(crouching start, 출발 시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엉덩이를 높이 치켜드는 자세)' 자세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로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자 세상은 달라졌다. 자신의 관점과 경험에 의한 이해도 상황이 변하면 바뀔 수 있다. 착각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
살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착각이 존재한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으면 행복하다.', '나이가 많으면 어른이고 젊으면 순수하다.'라거나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는 등 사람들의 착각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착각 없이 사는 세상살이란 "가능하지만 가능하지 않다."(그리스 철학자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라는 것일까.
나에게는 몇 가지 편견 없는 믿음이 있다. '직장에서 내가 없으면,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것과 '나만큼 부모님께 잘하는 자식은 없다.'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가 내 자식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우리 집 며느리는 내 딸이고 사위는 내 아들이야.' 적어도 나는 확실하게 믿는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