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센티브 제공 및 세부담 완화방안 강구"
미용·성형수술과 보약 등을 의료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 및 한의사 업계에서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원투명성 제고를 위해 의료비 소득공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개인 정보의 노출우려를 강조하면서 정부가 의료업계를 '싹쓸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절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
17일 명동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원투명성 제고를 위한 의료비 소득공제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에 대해 정부와 업계·학계·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토론회가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마련되는 등 형식적인 토론회로 그칠 우려가 있다며 깊은 유감의사를 표명하고, 특히 소득공제대상 확대로 인한 개인 의료정보 노출 등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개인정보문제는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정부 관계자들은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의료업계, 왜 의료비 공제확대 반대하나?
의사 및 한의사 업계에서는 미용·성형수술과 보약의 비용을 공제대상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의료정보는 납세정보보다 상위의 개념으로서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국광식 대한의사협회 세무대책위원회 위원은 "의사가 의료정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의료정보는 의료기관의 사유재산으로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며 "개인의 의료정보는 개인의 동의를 전제로 보호돼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수집·전달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특히 국 위원은 "연말정산 도입으로 인해 의료기관에 많은 부담이 생겼다"면서 "왜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의료기관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행 비과세·감면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과 면세 근로자가 51%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조세형평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의료업계가 고소득 전문직종으로서 높은 탈루율을 기록했다는 국세청의 자료와 관련 탈세집단으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쏟아졌다.
박혁수 대한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국세청이 발표한 한약재료를 무자료로 구입해 수입금액을 누락한다는 등의 한의원의 탈루사례는 1/1000도 안되는 부분"이라며 "의료인을 비도덕적인 존재로 매도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정책은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줘야 하는데도 정부가 당근을 주지 않고 세금만 거둬간다고 하면 전국의 한의사들은 상당한 조세저항을 갖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은 의료인이 배가 부르다는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분야를 '싹쓸이'하겠다는 자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학계·시민단체, "개인정보 노출우려 적다, 정확한 자료로 설득해야"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료업계의 개인정보는 공공부문에서 개인에 제공하는 납세정보로서 불특정다수에 노출되는 부분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없기 때문에 정보노출에 대한 의심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자영업자 중 의사와 한의사 계층에서만 탈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없으며, 전체 모집단의 탈세현황자료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 교수의 설명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를 정부의 세원양성화 취지에서 보면 타당성을 인정한다"며 "탈루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를 병행해서 추진하는 방안과 미용·성형수술 등 비보험 과목을 건강보험대상에 포함시키고 본인부담률도 대폭 높여서 자료파악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개인정보 노출우려와 관련 "국세청이 인증서를 통해 개인에게만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병과 등의 부분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불특정 대다수가 아닌 개인납세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정보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를 2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2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료비 소득공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다른 전문직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 "과표양성화로 세부담 늘지 않는 방안 강구할 것"
정부 관계자들은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에 대해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의료업계의 급격한 세부담 방지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허병익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납세 의무는 보편적 가치에서 우위에 있고 그런 면에서 조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책 목표는 타당하다"면서 "보험비율이 낮은 성형외과 등의 탈루율이 높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개별 업체별로 관리하기보다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국장은 이어 "근로자의 세부담 일부를 경감하는 대신 세부담 불공평의 대상인 고소득자의 일부 부담으로 해소할 수 있는 개선방안은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수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은 "최근 성형에 대한 시각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조세정책은 살아 움직이는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업계의 투명화 차원에서 의료업계의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소득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의료비 공제확대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과표양성화 과정에서 급격한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