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하나 때문에 10분이 낭비됐어", "50명의 친구들의 시간 10분씩을 낭비했으니 500분의 시간이 너 때문에 낭비된 셈이야"
이와 유사한 시간의 낭비사례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위급 간부들의 동선 하나하나에 따라 움직이는 수행인원들과 의전을 위해 동원되는 인원들의 시간낭비는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관료주의의 영향때문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22일 전군표 국세청장의 영등포세무서 순시 때도 답답한 모습은 재현됐다.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상황 등을 점검하고 일선의 업무현황을 확인하는 중요한 일정중의 하나인 청장의 순시가, 관료주의의 흔적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낭비로 얼룩지는 모습은 안타까운 우리 공직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비춰줬다.
이날 영등포세무서에서는 10시30분에야 도착할 국세청장을 위해 일부 간부들은 한참 일찍부터 세무서 입구에서 청장차량이 도착하기를 안절부절하며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부가세 신고현장 입구에도 여직원들이 청장을 맞이하기 위해 인사연습에 열중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청장과 직원간의 인사장면. 청장의 일선 세무서 순시가 보통 업무보고(회의)→신고현황 점검(민원인 접견)의 순으로 진행되지만 이날은 청장과 직원과의 만남이라는 일정이 추가, 100여명의 직원들이 청장과의 인사를 위해 1개 사무실에 소집돼 대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업무보고가 끝나면 곧장 조사과 사무실에서 전 부서 직원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전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의시작 전부터 조사과에 집결해 '언제 내려오시려나'하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30여명의 조사과 직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직원들은 전부 다른 사무실 직원.
청장님이 곧 내려오실줄 알았던 직원들은 앉을 자리도 부족한 남의 부서에 우두커니 서서, 혹은 멍하니 앉아서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국세청장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어 악수 몇 차례와 "최고의 영등포세무서를 만들어 보자"는 파이팅 한마디. 정확히 40여초만에 끝난 청장과 일선 세무서직원들간의 만남을 위해 100명의 직원이 한시간씩, 100시간이 소비된 것이다.
한 기관의 기강을 보여주는 것에는 의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관료주의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이제는 귀기울일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