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러의 외교적 승리…양자협상 구도 만들어"
국제적 고립 탈피·나토와 대결구도 정당화 등 실리 얻어
美국무 "미·러 대사관 정상적 기능 회복할 것"
우크라 철저히 배제돼…젤렌스키, 사우디 방문 취소
"시간은 푸틴 편"…협상 길어질수록 우크라 피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회담 2025.02.18 <사진 로이터>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철저히 배제되면서 국제사회 복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의 대결 구도 정당화 등 러시아에 실질적인 성과가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리야드 회담 결과 "양국(미국과 러시아)이 외교 공관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위한 목적으로 양자 관계 문제를 다룰 협의 메커니즘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동맹국을 제외한 채 진행됐으며 러시아는 이번 종전 협상을 통해 경제적 성장과 외교적 신뢰 회복이라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큰 양보 없이 국제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며 "결국 러시아가 원하던 대로 미국과의 양자 협상 구도가 만들어졌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 정상화가 논의됐는데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러시아 대사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시도 이후 이어져 온 양국 간 외교 갈등을 완화하는 조치다.
크렘린궁은 최근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석방하는 등 러시아의 국제적 복귀를 가시화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나토와의 대결 구도를 강조하며 자국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대등한 협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토와의 대결로 묘사해 왔다. CNN은 "이번 회담이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간의 더 큰 외교적 거래의 일부가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협상의 핵심이 아닌 주변부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양국 간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합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점령 영토 반환 불가 발언 등을 내면서 우크라이나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이 진행됐다"며 리야드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원치 않는 양보를 강요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협상이 별도의 고위급 협상팀으로 넘어가면서 합의 도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 월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영토 양보"와 "안보 보장"을 협상의 핵심 의제로 언급했는데, 영토 양보는 우크라이나가, 안보 보장은 러시아가 받아들여야 할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 전장에서 꾸준히 전진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동맹국이 혼란을 겪고 협상 과정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주권은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라며 "시간은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