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공무원은 복지부동하는줄 알았는데.."
부산 서구청 임정미씨 "주민 불편 덜어주는 것은 공무원의 본분"
부산의 한 구청 여자공무원이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의 주소가 일치하지 않아 34년 동안 집의 등기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온 38세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했다.
부산 서구청 토지관리과 직원 임정미(30.여) 씨는 5월 A맨션 주민 박모(51.여) 씨로부터 건축물대장과 등기부에 기록된 주소가 서로 일치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제출 사유는 606호 주민인 박 씨의 집이 건축물대장에는 606호로 기록돼 있는 반면 등기부에는 `제5층 5호'로 기록돼 있어 등기소에서 등기를 거부했다는 것이었다.
임정미 씨가 건축물대장과 등기부의 주소가 어긋난 사유를 알아보니 A맨션의 경우 숫자 `4'를 기피하는 한국인의 정서때문에 건축물 대장에는 `4층'과 `4호'를 건너뛰고 5층과 5호를 사용한 대신 등기부에는 `4층', `4호'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임 씨는 A맨션 주민 대부분이 건물이 완공된 1974년부터 34년 동안이나 이런 불편을 감수해 온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체 41세대 중 38세대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의 주소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불편을 잊고 지내더라도 집을 매매할 때가 되면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임 씨는 A맨션을 찾아가 주민설명회를 열고 38세대 주민을 만나 일일이 등기부 정정신청서와 주민등록 주소변경신고서를 받았다.
본래 개인이 직접 등기소를 찾아가 등기부 정정을 요청하고 주민등록의 주소도 변경해야하지만 임 씨가 대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개인이 등기부 정정을 요구하기에는 행정절차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법무사 수임료도 지불해야 하고요. 또 맨션 같은 집단건물은 세대별로 따로 등기정정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동시에 등기정정을 신청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임 씨가 발 벗고 나선 덕분에 A맨션 주민들은 이달 18일부터 건축물대장과 등기부의 주소가 달라 겪게 된 불편에서 해방됐다.
A맨션 자치위원장 대리를 맡고 있는 손애리(32.여) 씨는 "공무원은 복지부동한다는 인식과는 달리 직접 나서서 주민의 오랜 불편을 해결해 준 분께 무척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정미 씨는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야 말로 공무원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