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애매한 입장 반복‥"예측가능성도 없고"
전기업·관광시설업 등 대상 추가 요청
재정부 "일몰폐지, 대상확대 검토 안해"
IT업체인 A사는 최근 각종 신기술 융합현상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타나면서 앞으로 기술기반 구축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이러한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액의 7%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 제도가 있지만,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제도가 없어질까봐 불안하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임투공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인세 유효세율이 7~9%P 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왔다. 정부가 앞으로 법인세를 5%P 정도 인하해준다고 하지만,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세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경제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세제개선 건의사항이 접수되고 있으며, 현재 재정부에서는 각 분야별로 최종안을 확정하기 위한 분과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투공제 적용기한 연장은 기업의 세제개선 건의사항 가운데 매년 '단골손님'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정부가 임투공제를 1년 단위로 끊어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내년에도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임투공제가 매년 연장을 거듭해왔지만,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장여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회부된 후에야 가까스로 결정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 임시투자세액공제란?‥지원규모만 年 2조원 '육박'= 임투공제는 지난 1968년 경기조절 및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도입됐으며, 제조업 등 29개 업종의 기업이 설비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7%를 법인·소득세에서 공제하는 대표적 조세감면제도로 꼽힌다.
재정부에 따르면 임투공제를 통해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지난 2003년 1조3019억원, 2004년 1조8134억원, 2005년 2조5439억원, 2006년 2조68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8238억원(전망치)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10조원 가까운 세금이 지원된 셈이다.
정부는 매년 연말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제23조)에 규정돼 있는 임투공제 일몰시한을 1년씩 연장해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세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몰시한을 없애고 아예 영구화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임투공제가 일몰이 있음에도 불구, 매년 연장되는 등 상시화돼 제도 도입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연장 자체가 무산됐다가, 지난 3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1년간 한시 적용을 전제로 부활된 바 있다.
□ "임투공제 폐지하면 기업투자 위축"= 경제단체들은 임투공제의 일몰시한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우리나라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설비투자가 연평균 2.6% 증가에 그치는 등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며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기업의 유효세율을 높여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정책에도 불구,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의는 임투공제 적용시한을 오는 2011년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재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기업의 조세정책 관련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당초 임투공제의 '영구화'를 주장해왔으나,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정책을 밝히면서 다소 완화된 방안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임투공제의 일몰 연장과 함께 현재 29개 업종에만 적용되고 있는 수혜대상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기업'을 임투공제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요청을 제기했다.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기업이 임투공제 대상업종에서 제외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내국인의 해외관광을 줄이고, 해외관광객의 국내 유치를 위해 리조트·테마파크 개발을 위한 업종인 '관광객이용시설업'도 임투공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건의사항도 재정부에 접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재정부 "임투공제 대상확대, 전혀 검토안해"= 지난 4월 재정부는 올해 추진하고 있는 근본적 세제개편의 취지에 맞춰 22조원 규모의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 219개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연간 2조원대의 조세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농어민 면세유 제도와 함께 가장 덩치가 큰 임투공제는 정부의 정비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재정부에서도 임투공제의 일몰기한을 없애는 방안은 물론, 적용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임투공제에 대한 일몰기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기업의 의견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는 게 없다"며 "임투공제의 적용대상 범위를 넓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말 일몰예정인 임투공제의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여론을 수렴한 후, 연말 쯤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