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부가세 환급방안…"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전문가들 "징세·납세협력비용만 키울 듯"

한나라당이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적용될 경우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서민계층이 납부한 특정품목에 대한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서민들의 세부담경감이라는 취지에 비해 효과가 적은 반면, 가짜영수증을 통한 부정환급이나 징세비용·납세협력비용이 늘어나는 등 행정적인 문제점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서민 부가세 환급방안은 어떤 내용?= 한나라당은 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감세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서민계층이 납부한 특정 품목에 대한 부가세를 환급해주겠다고 밝혔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4일 부가세 환급방식에 대해 "자기가 쓴 영수증을 보여준다든가 해서 부가세 납부를 증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한 서민이 부가세 환급대상 생필품을 1만1000원에 구입했다면, 이에 대한 영수증을 세무서에 제출하고 10%의 부가세인 1000원을 돌려 받는 셈이다.

현재 이와 유사한 제도로 농·어업용 기자재 등에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매년 700~800억원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

□ 전문가들 "환급액 얼마나 된다고"…실효성·형평성 지적= 생활필수품에 한해 부가세를 환급해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접 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면세보다도 더 확실하게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생필품에 대한 부가세 환급금액이 서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가령 일반 서민 가정에서 라면이나 식용유 등을 한 달(또는 분기)에 구입하는 비용과 이에 대한 부가세 10% 환급액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서민이 돌려 받는 금액보다 부가세 환급을 위한 납세협력비용(세무서 방문 교통비와 소요시간 등)과 징세비용(세무공무원 인건비 등)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라면 1상자(30개)를 2만2000원에 구입한 영수증을 보여주기 위해 세무서를 다녀오는데 지출하는 교통비가 부가세 환급액 2000원(10%)보다 더 많게 되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며 "서민들을 위한 부가세 환급이라는 취지는 거창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가세 환급대상을 일정 소득 이하의 서민으로만 규정할 경우, 이에 대한 혜택을 못 보는 소득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서민'의 기준을 연간소득 1200만원 이하로 규정한다면, 연간 1300만원 버는 사람은 불만이 생기기 때문.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가세 환급을 통해 실제로 서민들이 얼마나 혜택을 보게 될지 의문스럽고, 오히려 소득계층별 형평성 문제 또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며 "부가세 환급방안은 세련되지 못한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 가짜영수증 부정환급도 문제‥"해결책 찾아야"= 가짜영수증에 의한 부가세 부정환급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실제로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에 대한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악용해 금 사업자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연간 5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빼먹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세연구단체의 한 관계자는 "EITC(근로장려세제)나 금지금 부가세 환급 등 국가가 돈을 지급하는 제도는 부정환급에 대한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검증 및 방지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지 않으면 형평성도 없이 국고만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행정비용이 발생하거나 부정환급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유가환급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시스템이 마련되고, EITC 등이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기획재정부 등과 당정협의를 거칠 계획"이라며 "현재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현재 세제 개선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달 말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