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호 "비례, 실세가 나눠먹는 구조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비례대표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옥희씨 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단순사기로 규정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18대 총선 공천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미 당시 실세들로 꼽혔던 인사들의 금품수수설 등 `묻지마 괴담'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당직자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문제 말고 괴담이 몇 개 더 있는 것 같고, 소문도 꼬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도 안 좋은 데 만약 그런 문제들에 실체가 있다면 상황이 더욱 꼬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실제 실세로 꼽혔던 A인사의 경우 최근 금품 수수와 관련한 검찰의 내사를 받았으며 일부 수수 사실이 드러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또 다른 B인사의 경우도 청탁을 받고 영남권 공천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몇몇 인사들은 측근이 운영하는 상점 등을 통해 고가의 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받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한 재선 의원은 "수도권에서 낙선한 한 인사는 아예 당시 실세인 A에겐 20억원, B에겐 얼마, C에겐 얼마 등을 줬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닌다"면서 "당시 공천을 받기 위해 실세들에게 복수로 줄을 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명진 대변인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청와대 내사에 따르면 김옥희씨가 공천을 위해 받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건넨 게 없고, 김종원씨도 김옥희씨 말고 다른 사람에게 로비한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나 당 수뇌부나 이 문제는 아주 깨끗하다는 분위기"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세게 나가도 된다는 것이고,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천심사위측도 김종원씨 문제를 비롯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공천 업무를 총괄했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례대표 선정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고, 특정 실세들이 나눠 먹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 비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한정돼 있는 데 김옥희씨는 그런 급이 아니었고 김종원씨는 회의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씨가 당시 이재오 전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 "이 전 의원은 비례대표 선정에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과대포장된 사기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은 금품수수와 관련한 각종 괴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비례도, 지역구도 상식 밖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특히 지역구는 공심위원들이 투표를 했기 때문에 중.후반을 넘기며 아예 통제가 안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 체류중인 이재오 전 의원은 김종원씨와의 친분설에 대해 "경선, 대선을 지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느냐"면서 "전혀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고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과 최근 통화한 한 측근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미국까지 와 있는데 아직도 나를 음해할 일이 남아있느냐', `조금이라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을 갖고 이야기를 하면 적절히 대응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함께 나돌고 있는 금품수수설과 관련해서도 "그건 물어볼 가치가 없는 일이고, 이 전 의원이 어떻게 정치를 해 왔는지는 우리가 더 잘안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