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계약 파기, 현재 '무주공산'…인수자 나설까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2년 넘게 끌어온 이 문제에 대한 '1막'이 일단락됐다. 앞으로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모든 것은 '의혹'에 불과했다, 라고 판단하기는 다소 이르다.
다만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여부가 외환은행 매각작업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일정과 관계없이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에 의해 법적 불투명성이 제거됐다고 해도 현재의 전반적인 상황은 외환은행 매각에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 법적 불투명성 제거, 외환은행 매각 급물살탈까?= 서울행정법원은 24일 론스타와 접촉,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前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이강원 前외환은행장과 이달용 前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매각이라는 전체의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 및 부적법한 인수자격 부여 의혹 등에 대해서도 부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외환은행은 "법원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무죄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 작업의 걸림돌은 일단 제거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6월 또 하나의 변수였던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가 2심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법적 불투명성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9월 당초 매각대상이었던 HSBC가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심사 과정에서 계약을 파기, 외환은행에서 완전히 손을 뗏고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외환은행의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다.
게다가 HSBC를 대신해 외환은행을 인수할만한 후보군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대형은행들도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선뜻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 론스타, 외환銀 매각 통한 '대박꿈' 사라져= 외환은행 매각으로 당초 수 조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챙길 것으로 여겨졌던 론스타도 매각작업의 한정 없는 지연으로 인해 대박의 꿈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이다.
론스타가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은 51%(3억2905만주). 론스타는 당초 HSBC와 주당 1만7725원의 가격을 받고 전량 매각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지난 9월 HSBC의 파기로 무산됐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 상황이 덮치면서 외환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24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5750원으로 론스타가 HSBC와 체결했던 매각 가격의 1/3수준에 불과하다.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서는 새로운 매각대상자를 물색하고 가격을 재산정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HSBC와 맺었던 가격만큼을 확보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진정, 이에 따른 주가상승도 기약이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한다면 론스타가 상당부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인 것이다.
블록세일(분할매각) 등 매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가치가 하락하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외환은행을 일거에 삼킬만한 대형 은행들이 금융위기에 따른 '돈줄'이 막혀버린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선뜻 인수를 하겠다고 나설 대상자를 찾는 것조차 어렵게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현재 론스타측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1주당 가격을 1만원 이하로 한껏 낮춰 매각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따라서 론스타가 매각작업 자체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