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 위반ㆍ배임' 의혹 수사中
검찰이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영장에 포함된 혐의와 그 범죄사실이 유죄 확정됐을 때의 법정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증권거래법 위반) 의혹과 휴켐스 헐값 인수(배임) 의혹 등은 영장에 포함하지 않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 위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된다고 판단되면 나중에 기소할 때 혐의에 추가할 방침이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
▲특가법상 조세포탈 =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의 차명거래를 통한 시세차익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과 홍콩법인에서 얻은 배당이익에 대한 소득세 포탈 등 모두 29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5년 6∼8월 세종증권 주식을 매입한 뒤 2005년 12월 집중 매도했고 2006년에는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해 시세차익을 얻고도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국세청이 처음 고발했던 것보다 차명거래 주식을 더 찾아내면서 탈루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또 홍콩에 미국교포 이름을 빌려 현지법인을 세운 뒤 800억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그 사람 명의로 넘겨받아 200여억원의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탈루한 세금이 연간 10억원 이상이면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가중처벌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으며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도 병과된다.
▲뇌물공여 = 박 회장은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를 앞두고 도와달라는 취지로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2006년 1월 정 전 회장에게 차명으로 20억원을 전달했으나 정 전 회장이 그해 5월 현대차 뇌물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뒤 9월께 돈을 돌려보냈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가 2007년 7월20일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기 전 박 회장은 이 돈을 다시 보냈으며 태광실업에 대한 수사가 가시화된 올해 7월 정 전 회장이 2차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20억원이 휴켐스 뿐 아니라 남해화학 인수를 위한 로비 자금인지 여부는 영장에 적시하지 않고 계속 수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뇌물공여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사 중인 의혹
▲증권거래법 위반(미공개정보이용) =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이나 실무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미공개정보 이용' 수사를 위해서는 일곱고비를 넘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해당 의혹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보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기획관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수사를 시작하게 된 단초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다른 인사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내부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는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증권거래법은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임 = 검찰은 농협이 고의로 휴켐스를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했다면 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또는 일반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서 박 회장 또한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휴켐스가 싼값에 팔린 것은 맞는데 회사에 끼친 손해액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형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배임 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을 산정한 결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특경가법에 규정돼 있다.
▲업무상 횡령ㆍ정치자금법 등 =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아파트 건설 부지를 넘겨받아 300억원대 차익을 남긴 시행사 2곳이 박 회장의 위장회사인지도 살펴보고 있으며 사실로 드러나면 업무상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만약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특경가법에 규정돼 있다.
자금추적 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뭉칫돈을 건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찰은 박 회장이 홍콩에 차명으로 설립한 법인의 자금흐름을 추적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