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의 부정적 의미‥명칭부터 바꿔달라
'과도한 규제' 실명제…손금산입 한도 폐지해야
최근 기업들이 지출하는 접대비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접대비에 대한 규제는 명칭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출발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 그리고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관련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 '실명제' 등이 꼽힌다.
얼마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11개 중소제조업체 가운데 58%가 접대비 명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대상 업체 중 54%는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현행 '접대비' 명칭을 '대외업무활동비'로 고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며, 현재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접대비 실명제' 역시 50만원으로 정해진 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100만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 접대비 명칭, 한도 어떻게 돼 있나?= 접대비란 기업들이 접대·교제·사례 등 업무와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뜻한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미국은 'Entertainment expenses', 일본은 '교제비'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물론 접대비는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돼 세금혜택이 주어지지만 기업규모에 따라 쓸 수 있는 접대비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현행 법인세법(제25조)의 접대비 한도는 ▲연간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기업은 0.2% ▲수입금액 100억원~500억원 이하는 0.1% ▲수입금액 500억원 초과는 0.03% 등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접대비는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아울러 지난 2004년 1월 도입된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접대비에 대해 업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출증빙을 기록·보관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국세청의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고시'에 규정돼 있는 이 제도는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목적 ▲접대자의 부서명 및 성명 ▲접대상대방의 상호 및 사업자등록번호 ▲접대상대방의 부서명 및 성명 등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 기업이 '접대'만 하나?‥명칭부터 부정적= 기업들은 우선 '접대'라는 용어 자체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현행 접대비는 기업이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접대'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불건전한 의미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접대'라는 용어가 일종의 주종 관계, 즉 우월한 지위에 있는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에 이뤄지는 유흥이나 밤문화 등 불건전한 활동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A중소기업 대표는 "접대비라는 명칭은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쓰는 비용이 단지 접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민주당 김성순 의원 등 17명의 여야 의원들은 접대비 명칭을 대외업무활동비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현재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재정위 전문위원도 "기업의 정상적 영업활동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기업활동의 사회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긍정적 용어로 변경해야 한다"며 "접대비를 대외업무활동비로 명칭을 변경하는 개정내용은 바람직하다"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 고작 '50만원'인 접대비 실명제 한도= 접대비 명칭이 상징적 의미라면, 기업이 접대 상대방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실명제 규제에 대한 불만은 현실적인 규제로 꼽힌다.
우선 '50만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접대비 실명제 한도가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골프장이나 술 접대의 경우 건당 50만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 경우 접대 상대방이 본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증빙에 넣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거래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노출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 유지에도 배치되는 문제로써, 과세당국이 기업에 지나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 접대비 실명제 자체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100만원 정도로 한도를 높여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요구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접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인데도 불구, 실명제와 손금산입에 대한 한도까지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접대비는 사업관계자들 간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데 그 지출목적이 있는 비용"이라며 "세법상 반드시 업무와 관련된 지출만 손금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접대비는 기업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