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세보증금, '부채.미실현 소득'…세수 확보 의문"
김현숙 교수, 월세·사글세 소득공제… "실효성 있을까?"
-조세硏, 주택임대차 관련 과세 토론회-
주택 전세보증금은 전세계약이 만료된 후 돌려줘야 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 과세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주로 제기됐다. 또한 세수 등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시됐다.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조세연구원의 '주택임대차 관련 과세체계 개편방안'과 관련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에 대해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주택을 임대할 때 발생하는 전세보증금을 종합소득으로 과세하되,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비과세하는 방식의 주택 전세보증금 과세 방안을 발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완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택) 임대보증금은 소득이 아니고,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갚아줘야 하는 채무"라면서 "규모가 큰 임대사업자는 기장을 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과세 방식에서 제외되고, 현실적으로 2~3채 갖고 전세 주는 임대인에게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만수 한양대 교수는 "전세는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논란 비용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다주택자에게 과세한다는 제도적 만족감은 얻을 수 있지만, 세수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과세, 양도소득세 손질(완화)을 한 후에 제기됐는데, 이런 다주택자 보유과세, 양도세 등을 손질하지 않고 단순히 전세보증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얘기"라며 "주택 전세보증금 과세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갖고 금융기관 등에 예치할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창근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역시 "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전세보증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월세·사글세 비용을 소득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현숙 숭실대 교수는 "월세나 사글세 등에 사는 저소득층은 면세점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득공제의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고소득자인데도 비싼 동네에 월세로 사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역시 소득공제를 해줄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