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기관경고…책임자 문책해야"
국세청, "적법한 예산사용 문제 없다"
지난해 국세청이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고유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관광성 해외연수에 보내는 데 수 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외출장을 다녀온 뒤 출장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국세청의 국외공무출장 관리체계가 엉터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한 2008회계연도 국세청 세입·세출결산 및 예비비지출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의 국외공무출장은 ▲국제조세회피행위 방지를 위한 국가간 정보교환 ▲국제세원관리 및 세무조사 정보수집 ▲직원 국외위탁교육 등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이 같은 목적으로 사용한 국외여비 예산은 13억원(연인원 575명, 출장건수 126건)이었다.
기재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236명의 직원들을 선발해 중국, 태국, 마카오 등에 연수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수의 목적은 국세청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역사 및 문화탐방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수에 국세청이 쓴 예산은 3억1400만원.
이에 대해 국세청은 "우수 직원들에 대한 해외문화탐방은 예산과 목적이 분명했던 사업이었고 특히 지난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당초 예산 사용액 대비 20% 정도를 절약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김광묵 기재위 전문위원은 "해당 사업의 목적이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인 것은 인정하지만 최소한의 업무와의 연계성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공무를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원들이 반드시 써야 할 출장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르면 공무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공직자는 30일 이내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제출받은 기관장은 행안부 국외출장연수시스템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상당수 국외출장은(독일 국세청 및 세무사회 방문, 2008 아시아 조세포럼 등 다수) 출장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제출된 국외출장보고서(88건) 중 상당수는 갖춰야 할 증빙(항공일정, 경유 도시, 회의사진 등 첨부)이 전무하고 출장개요에 출장자의 성명조차 없는 경우도 7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문위원은 "출장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국외출장연수시스템에 등록하지 않는 것은 모두 현행 규정에 위배된 행위로 이는 관광성 국외여행을 방지하고 해외 우수사례 습득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키려는 현행 규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 어느 때보다도 국외여비 예산 사용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국외출장에 외화예산을 낭비하고 출장보고서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다른 국가기관과 비교해도 국세청의 국외출장 관리가 매우 부실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국외출장 관리의 총체적인 부실에 대해 국세청에 대한 엄중한 기관경고와 함께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