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개혁대상이라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 국세청 개혁은 외부에서 강요된 개혁보다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부감독위원회 설치는 '옥상옥'이라는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지방청 폐지, 세무서 통폐합 문제도 현실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2009년 7월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조직개편과 관련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발언이 국세청 안팎에서 화제입니다.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백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닌 내부의 역량을 바탕으로 국세청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백 내정자는 '국세행정위원회'의 내부설치를 카드로 제시했습니다. 아직 위원회의 실체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세행정위원회가 국세청 개혁의 '구심점'이 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현재 백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세청 사람들은 이제 백 후보자가 '외부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아예 지워버린 듯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부출신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던 이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백 후보자가 '실세청장'으로서 이끌어 갈 국세청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국세청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사투명성 부재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이 같은 기대감의 이면에는 그 동안 '개혁의 대상'으로 부정적 낙인이 찍힌 국세청에 대한 인식을 개혁의 기수로 꼽혀 국세청장 후보자가 된 백 후보자 본인이 환기 시켰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세청 개혁에 대한 백 후보자의 소신(?) 발언은, 이를 지켜본 전국 2만명 국세청 직원들의 억눌려 있던 '감정선'을 건드린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많은 수의 국세청 직원들은 "백 후보자에 대한 은근한 우려와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정식 취임 이후 어떤 식의 행동을 보여줄지는 아무것도 검증되지도, 또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세청 개혁과 관련한 백 후보자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후보자 개인의 생각이며, 핵심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의 '의중'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백 후보자에 대한 국세청 내부의 평가가 급격히 긍정적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관장이 조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조직원들이 기관장을 믿고 따른다면 '잡음생성'의 빈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세청 밖에서는 국세청 개혁에 대한 백 후보자의 발언에 실망감을 보이는 반응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국세청 개혁의 기수로 낙점을 받은 백 후보자가 개혁과 관련해 국세청의 논리에 치우친 모습을 보인 것은 청와대와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해 버린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국세청 조직개편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기획재정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 후보자가 짧은 시간 동안 국세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국세청은 참 대단한 조직이다"라고 꼬집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국세청 개혁과 관련한 백 내정자의 개혁의지 피력을 두고 이 같은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션'이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단유보'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백 후보자는 바야흐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이제부터는 백 후보자의 '말'이 아닌 '행동'이 모든 것을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외부출신 국세청장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강한 국세청 조직원들의 '마음'을 얻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백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서 얻어야 할 마음은 국민들의 마음입니다. 백 후보자가 2만명 국세청 조직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까지 얻어, 역사적 평가를 받는 국세청장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